아랍에 부는 K출판 바람···‘무한한 상상력’으로 세계 독자 만나다
“책은 상상력을 무한히 확장하고 시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책의 이러한 확장성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만드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2023 샤르자국제도서전이 1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엑스포센터 샤르자에서 개막식을 열었다. 샤르자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초청된 한국은 ‘무한한 상상력(Unlimited Imagination)’이란 주제로 12일까지 샤르자 및 세계 독자들을 만난다. 아랍권 도서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한 건 처음이라 중동에 한국 출판과 문학을 본격적으로 소개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샤르자는 2014년 ‘이슬람 문화 수도’로 지정된 데 이어 2019년 유네스코 ‘세계 책의 수도’로 선정돼 중동 지역의 문화·예술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7개 토후국 중 하나다.
1982년 시작해 42회째를 맞은 도서전에는 주빈국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이집트, 튀르키예, 레바논 등 108개국에서 온 2033명 출판인이 참여한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나이지리아 작가 월레 소잉카, 캐나다 작가 맬컴 글래드웰, 파키스탄 출신 소설가 모신 하미드 등이 도서전을 찾는다.
개막식에서 아흐메드 빈 라카드 알 아메리 도서청 CEO는 “주빈국으로 한국이 참여함으로써 아랍에서 아시아 대륙의 오래된 역사를 향한 창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 189㎡ 규모 주빈국관을 꾸렸다. 한국관 주제인 ‘무한한 상상력’은 우주, 지구,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부터 인간과 공동체, 기계와 로봇, 디스토피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2021년 화성 탐사선 ‘아말’(희망)을 쏘아올리고, 미래를 대비해 석유 의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UAE의 관심사를 반영한 주제다. 주빈국관엔 한국 도서 80권을 주제별로 전시해 소개한다. 윤 회장은 “한국의 책 속에 담긴 무한한 상상력을 샤르자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샤르자 최고 통치자 셰이크 술탄 빈 모하메드 알카시미가 주빈국관을 찾아 전시된 한국 도서들을 살펴봤다.
시인 김승희·정호승, 소설가 김애란·김언수·배명훈, 동화작가 황선미와 역사학자 김호,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웹소설 작가 정무늬, 만화가 정세원, 중동·이슬람 전문가 이희수, 웹소설 연구자 안지나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 및 전문가들이 도서전에 참여했다. 그림책 작가 경혜원, 김상근, 박현민, 서현도 우수한 한국의 그림책을 알리기 위해 도서전을 방문했다.
주빈국관에선 아랍어로 번역된 한국 문학 앤솔러지 <더 넓은 지평과 세계: 한국문학선>을 선보인다. 앤솔러지에는 국내 문학 작가 7인(김승희·정호승 시인, 김애란·김언수·배명훈·손원평·황선미 소설가)의 작품이 실렸다.
샤르자는 낮 기온이 36도까지 올라가는 ‘열사의 나라’다. 뜨거운 날씨에도 현지의 많은 사람이 도서전을 찾았다.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주빈국관을 방문해 한국 문학과 아랍어로 번역된 앤솔러지에 관심을 표했다.
탄자니아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음부키 브고야는 “한국 문학과 영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 도서를 스와힐리어로 번역해 출판하고 싶다”며 백희나의 <알사탕> 등을 눈여겨봤다.
샤르자는 별도로 도서청을 둘 정도로 출판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이번 주빈국 초청은 지난 6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샤르자가 주빈국으로 초청된 데 이어 샤르자가 한국을 다시 초대한 것이다.
한국 주빈국관은 12일까지 운영하며 도서전에서 한국 음식과 음악 등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샤르자 |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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