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간 전세사기 5500명 검거 …"범죄 근절때까지 무기한 단속"

최예빈 기자(yb12@mk.co.kr) 2023. 11. 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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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지구 끝까지 추적' 엄벌 의지에 수사기간 연장
피해자 110명에 123억 가로챈
광주 빌라왕 징역 15년 엄벌
특별단속 기간동안 480명 구속
1만2천채 사들여 전세사기
'무자본 갭투자' 15개 조직 검거
깡통 전세 사기 등 신종수법도

◆ 전세사기 사태 1년 ◆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세사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대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충우 기자

# 이중계약 사실을 숨기거나 담보신탁 등기를 말소해주겠다고 속인 경기 광주 빌라왕이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빌라왕은 피해자 110명에게서 전세금 약 123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그 과정에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피해자도 있었다.

서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안긴 전세사기범들이 잇달아 엄벌에 처해지고 있다. 정부는 전세사기 범죄가 근절될 때까지 특별단속을 무기한으로 진행하고 엄정 대응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1일 법무부와 국토교통부, 경찰청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한 범정부 전세사기 특별단속 및 피해지원 성과를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사기와 관련해 "지구 끝까지 추적하라"고 엄벌을 주문한 가운데 관계 부처들도 강도 높은 대응 의지를 다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범죄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컨설팅업자 등 공범·배후 세력을 끝까지 추적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고 다수의 조직적인 사기 범행에 대해선 범죄단체조직죄를 적극 적용하겠다"고 엄벌 의지를 다졌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범죄첩보 수집 활동을 대폭 강화해 전세사기범의 범행 의지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절박한 피해자들이 필요한 지원을 하루라도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피해자 결정 등에 걸리는 행정 절차를 과감히 단축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4개월간 검거한 전세사기범은 5568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481명이 구속됐다. 특히 전국적으로 주택 1만2000여 채를 보유한 '무자본 갭투자' 15개 조직을 일망타진하고 이 중 9개 조직 122명에 대해선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

전세사기 사건으로는 처음으로 범죄조직죄가 적용돼 추가로 재판에 넘겨진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이 대표적이다. 피해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일으킨 사건이다. 건축왕을 비롯해 공범 등 35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전세사기 피해 재산으로 매입한 동해 망상지구 토지에 대한 추징 보전 절차도 완료됐다.

경찰은 전세사기 피해 재산에 대한 적극적인 환수에도 나서 총 1163억원을 몰수·추징 보전했다. 이는 지난해 5억5000만원에 비해 211배가 증가한 수치다.

법무부는 신속한 수사를 위해 경찰청, 국토부와 '전세사기 대응협의회'를 열고 서울·인천·수원 등 수도권 지역과 대전·대구·부산·광주 등 지방 거점 지역 4곳 등 총 7대 권역에 '검경 지역 핫라인'을 구축했다. 실제로 핫라인을 통해 피해자가 많고 구조가 복잡한 전세사기 범죄 수사기간이 대폭 단축됐다. 예를 들어 피해자 335명·피해액 795억원인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 당시 수사에 15개월이 걸렸지만, 피해자 932명·피해액 2446억원의 구리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은 수사에 불과 4개월이 걸렸다.

또 법무부는 전국 54개 검찰청에 '전세사기 전담검사' 71명을 지정해 이들이 국토부, 경찰과 수사 초기부터 협력하고 송치 후 기소·공판까지 담당하는 '책임수사'를 하도록 했다. 죄질이 나쁜 전세사기 주범에게는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는 등 적극적인 공판 활동도 펄쳤다. 이에 경기 광주 빌라 전세사기 주범은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 세 모녀 전세사기 주범은 징역 10년 등 중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현행법상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구형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개별 피해 금액이 5억원을 초과해야 가중처벌 대상에 오르기 때문이다. 이에 법무부는 피해자가 다수인 재산범죄는 전체 피해금액 합산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자는 특정경제범죄법 개정(의원 입법)도 지원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왔다. 특히 전세사기특별법 시행 이후 피해자지원위원회를 구성해 7590건에 대해 피해자 등을 결정하고, 2662건에 대해서는 긴급 경·공매 유예, 저리 대출 등을 지원했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 경찰이 주택 가격이 전세 가격보다 낮은 매물만 골라 거래 차액과 보증금을 떼먹는 신종 '깡통전세' 사기 일당을 검거하는 등 범죄 수법은 오히려 지능화·고도화되고 있다.

다가구 주택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지난 6월 시행된 특별법의 주요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 사각지대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당국의 엄단 노력에 더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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