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전월세 3건 계약이 전부" 전세 사기지역 무너진 빌라시장

이석희 기자(khthae@mk.co.kr) 2023. 11. 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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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찾는 수요 씨 마르고
고금리에 신축 건설 올스톱

◆ 전세사기 사태 1년 ◆

"빌라 분양대행업을 한 지 올해로 10년째인데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이 힘든 시기입니다."

1일 방문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빌라 분양 현장. 준공 5개월 차지만 대다수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현장에서 만난 분양 관계자는 "일대가 전세사기 피해 지역으로 알려지면서 문의가 없다"며 "너무나도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분양가를 10% 이상 낮추고 일부 물량은 전세로 전환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전세사기가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사기 피해 당사자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것뿐만 아니라 빌라 시장을 빙하기로 만들었다. 수요자들이 사기 걱정에 빌라를 기피해 임차 수요는 줄고, 이에 따라 공급 물량도 급감하고 있다. 서민 주거의 핵심 축이자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빌라 시장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방문한 화곡동 일대에서는 빌라 신축을 계획하다 멈춰 선 사업장을 다수 마주칠 수 있었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빌라를 찾는 수요가 급감한 데다 고금리·자재가격 인상까지 겹쳐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올해 내내 매매는 단 한 건도 없고, 전월세 계약도 3건에 그쳤다"며 "빚내서 임차료를 내고 있다"고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전국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3만601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2~3년 뒤 전반적인 주택 공급 부족이 예견되는데 서민 주택 공급까지 동시에 감소하면 가격 상승에 따라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임대인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악성 임대인과 중개사들 탓에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데다 전세가도 급격히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임차인들은 보증보험 가입이 되는 집만 찾는데, 임대인들은 가입 요건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빌라 보증액은 공시가격의 126% 이내다. 그런데 공시가격과 시세 간 차이가 크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시세의 69%다. 반면 아파트, 오피스텔은 보증 한도 계산에 공시가격이 아니라 KB나 한국부동산원 시세를 먼저 적용한다.

성창엽 주택임대인협회장은 "빌라도 아파트처럼 국가가 공인하는 현실적인 가격 산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당장 정부가 안심전세 애플리케이션으로 안내하는 시세가 있고, 프롭테크(부동산+기술) 업체들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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