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파트 팔 물건 쌓이고 … 전세는 품귀
시장가격 상승 기대 꺾이고
가격차이로 매매 포기하며
실거래 건수는 급감 추세
주택 대기수요 전세 전환
직장인 조 모씨(35)는 지난달 보유하던 서울 외곽 20평짜리 소형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 부동산 상승기였던 재작년에 7억원대였던 아파트 가격이 작년에 6억원, 올해 5억원대로 뚝 내려갔다. 그나마 지난 9월 6억원에 상승 거래된 사례가 있어 비슷한 가격에 매물을 올렸다. 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매수 문의가 없다. 조씨는 "출산 계획이 있어 평수를 넓혀 이사를 가야 하는데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도인과 매수인 간 '줄다리기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매수인이 관망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매물이 8만건이나 쌓여 있지만 매도인들은 호가를 낮추지 않고 있다. 전셋값이 오르고 있고 내년부터는 공급 부족이 본격화한다는 전망 때문이다.
1일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361건으로 한 달 전(3851건)보다 12.7% 줄었다. 10월 거래 건수는 1209건에 그쳤다. 이달 말까지 거래 신고 기간이 남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 추세대로라면 또다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들어 꾸준히 늘어 지난 8월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줄어드는 모양새다.
거래가 주춤하면서 매물은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중개업소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7만9319건에 달했다. 이는 아실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20년 10월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전달(7만2154건) 대비 10%가량, 6개월 전인 5월(6만2307건) 대비 27%가량 늘어난 수치기도 하다. 집을 팔려는 이들은 많은데 이를 받아줄 매수인이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고점을 회복한 곳이 많다"며 "고금리가 계속되고 경기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매매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현재 서울에서 큰 폭의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며 "급매물도 대부분 빠졌기 때문에 보합 분위기가 연말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매 수요가 줄고 있지만 반대로 전세 수요는 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공급이 부족해 전셋값이 상승하는 형국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서울 전셋값은 직전 분기 대비 0.46% 상승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전세사기 여파로 지난 1년 동안 월세가 급등했다"며 "이게 다시 전세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면적 84㎡(23층)는 지난달 말 13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평형(20층) 전세가 지난 1월 8억60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4억~5억원 가까이 뛴 셈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매입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된 측면이 있다. 집을 사는 것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지금 전셋집에 계속 살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그런데다 아파트 입주 물량은 내년부터 본격 줄어든다"고 전셋값 상승 배경을 설명했다. 박 교수 역시 "수급 불균형에 따라 전셋값은 내년에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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