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가 끌고 칩이 밀었다 … 1년 죽쑨 수출한국 '상저하고' 본격화
자동차 19.8%·선박 101.4%↑
D램·낸드 가격 동반 상승에
반도체 수출감소폭 올최저로
美 등 주력지역 9곳 중 6곳 '+'
산업부 "연초까지 계속 개선"
고유가·엔저 등 향후 변수로
◆ 수출 턴어라운드 ◆
한국GM은 지난 6월 부평공장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북미형 모델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미국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2000억원을 투자해 수출전용 라인을 새로 추가한 것이다. 1년째 수출을 짓누르던 반도체 부진을 메워준 건 자동차 수출이다. 자동차가 끌고 반도체가 그동안 부진을 줄이면서 4분기 한국 경제 첫 성적표인 10월 수출이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반도체도 부진 탈출 궤도에 올라서면서 경기가 바닥을 찍고 본격적으로 반등할 조짐이다.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고유가 변수와 중국 경기 둔화 리스크, 역대급 일본 엔화가치 약세(엔저)는 향후 수출 발목을 잡을 변수가 될 전망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며 지난달 수출액이 550억9000만달러로 1년 새 5.1% 늘었다고 밝혔다. 무역수지(16억4000만달러)는 5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그동안 수출은 중국 경기 충격 여파 등에 12개월 연속 줄며 긴 부진의 터널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4분기 출발과 함께 플러스로 돌아서며 부진의 고리를 끊었다.
10월 수출은 3분기 성장 '일등공신'이었던 수출이 계속 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잣대였다.
3분기 성장률(0.6%) 중 순수출 기여도는 0.4%포인트로 대부분 성장 에너지가 수출에서 나왔다. 올해 '상저하고' 경기 전망을 판가름할 4분기 국내총생산(GDP) 역시 수출 회복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미국(17.3%), 아세안(14.3%), 중동(8.7%) 등 9대 주력 수출 지역 중 6곳에서 수출이 늘며 10월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교역에서 번 돈이 늘며 국민의 구매력을 보여주는 3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2.5% 늘어 GDP 증가율(0.6%)을 크게 웃돌았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주력 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선박 수출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수출 증가 모멘텀이 11월, 12월은 물론이고 내년 초반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력 업종별로 봐도 4분기 경기 회복 첫 단추는 잘 끼웠다. 10월 반도체 수출액(89억4000만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3.1% 줄었지만 감소 폭은 올해 최저 수준으로 좁혀졌다. 특히 주력 제품인 D램·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출(1.0%)은 플러스 전환하면서 업황 회복에 앞장섰다.
자동차(19.8%)는 16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며 견고한 모습을 보였고 기계(10.4%), 가전(5.8%), 선박(101.4%), 디스플레이(15.5%), 석유제품(18.0%) 수출도 고루 늘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메모리 감산 효과, 스마트폰 신제품과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부가 제품 수요가 늘며 앞으로 수출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0월 DDR4 8Gb(기가비트) D램 고정거래가격은 1.5달러로 전월 대비 15.4% 증가했다. D램 고정거래가격이 상승한 것은 2021년 7월 이후 2년3개월 만이다.
자동차도 북미를 중심으로 친환경차·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 차량 수출이 늘고 있다. 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코리아 등 완성차 4사의 북미 지역 수출물량은 1월 9만9658대에서 9월 11만4492대로 14% 늘었다. 지난 3월 한국GM은 국내 판매가 대부분인 경차 '스파크'를 생산하던 창원공장도 트랙스 크로스오버 전용 공장으로 전환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90%는 수출용으로 내수용 공장을 수출 공장으로 바꾼 셈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창원공장에서 트랙스 수출물량만 생산하기에도 벅찬 수준"이라면서 "창원공장을 새로 가동하기 시작한 3월부터는 가동률 100%에 주말특근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은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 수출이 줄을 이었고, 선가 상승까지 반영되면서 3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했다.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빅3'도 올해 3분기 11년 만에 처음으로 나란히 흑자를 기록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2021~2022년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물량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한국 수출과 밀접한 세계 교역환경은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 상품교역 증가율이 3.2%로 올해 마이너스 상태(-0.3%)에서 벗어날 것으로 봤다.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고질적 엔저, 중국 경기 리스크는 반등한 수출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최근 세계은행은 중동발 전쟁이 대규모로 확전되면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하루 600만~800만배럴 줄면서 유가가 배럴당 140~157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역대급 엔저도 변수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인협회가 2005~2022년 분기별 달러당 엔화값 변화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엔화값이 1%포인트 하락할 때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0.61%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모델을 올해 상반기에 적용해보니 엔저에 따른 한국 수출액은 100억5000만달러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김정환 기자 / 오찬종 기자 / 송민근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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