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정당 맛들린 與野 뒷짐 … 투표지 50㎝ 넘을판

전경운 기자(jeon@mk.co.kr),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2023. 11. 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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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2일 예비후보 등록인데
연동형 비례제 쟁점합의 못해
내년 총선도 정당난립 불보듯
유튜버당 현실화 우려 나와
野 "범야권 연합해 200석 가능
선거구 제도 개편 불가능"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불과 5개월 앞두고 여야가 선거제를 개편하기 위해 '지각 논의'를 조만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법정시한을 넘긴 지 오래다. 그러나 여야가 정치 개혁을 외면하고 선거 유불리만 따지면서 합의가 안 될 것이라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지난 21대 총선에서 전 국민의 지탄을 받은 '위성정당'을 다시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중 선거제 개편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국회는 지난달 말 본회의에서 10월 31일까지였던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 기한을 21대 국회 종료일인 내년 5월 29일까지 7개월 연장했다. 정개특위에서 진작에 마련했어야 할 선거제 개편안과 선거구획정 기준을 아직까지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선거제 논의가 진전되지 않자 지난 7월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정개특위 간사가 참여하는 '2+2 협의체'를 구성해 합의를 시도했다. 그 결과 여야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수도권·중부·남부 등 3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만 공감대를 이뤘을 뿐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쟁점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적용 방식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 또는 확대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맞선다.

21대 총선에서 적용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에 미치지 못하면 득표율의 50%만큼 의석을 배정하는 제도다. 비례대표 의석수 47석 중 30석에 적용했다. 기존 병립형으로는 대표성과 비례성 등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었다. 나머지 17석은 기존대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단순 배분하는 병립형을 적용했다.

다양한 정당의 국회 진출을 돕자는 취지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였지만 도입을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까지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꼼수를 부리면서 양당 구도만 심화시켰다. 21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19명의 비례대표를 배출한 뒤 선거 직후 국민의힘과 합당했다.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역시 17명의 비례대표가 민주당으로 들어갔다.

민주당은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것은 '퇴행'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병립형으로 돌아가려면 최소한 비례대표 의석수를 지금보다 대폭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원 수 자체를 늘릴 수는 없으니 지역구 의석수라도 줄여야 하는데, 여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온다.

문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문제이다 보니 양당이 선거제 개편에 대한 의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 안 되면 시끄러워도 현행대로 가자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또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선거제 개혁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정개특위에서의 선거제 개편은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병립형은) 양당 카르텔법이다. 개혁은 못할망정 개악은 막아야 하지 않느냐"며 현행 선거제로 총선을 치르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합리적 보수세력, 진보야당과 연합해 200석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당 최대 목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반을 최소한으로 축소하는 것으로 (국민의힘을) 100석 이하로 최대한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위성정당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오히려 위성정당과 비례정당이 난립해 21대 총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시중에 떠도는 '조국당'이나 '유튜버당'이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21대 총선 당시에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활용하기 위해 여야의 위성정당을 포함해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냈다. 투표용지 길이만 48.1㎝에 달했다. 내년 총선에선 50㎝를 훌쩍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음달 12일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만큼 11월이 여야가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 선거제 개편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11월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여당은 선거제 개편이 결국 민주당 손에 달려 있다는 입장이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추인받았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의석수 관련 논의도 현시점에서는 진척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를 중심으로 전체 의석수 감축을 주장해왔다. 반면 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경운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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