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싣게 줄을 서시오"… 뱃길도 하늘길도 다시 북적
20만㎡ 야적장에 차량 빼곡
중동권 납기 맞추려 구슬땀
9월 전국 물동량 21% 반등
해운업 성수기 맞물린데다
컨테이너 운임 인하도 한몫
항공화물 수요도 저점 통과
3분기 실적 소폭 증가세로
◆ 수출 턴어라운드 ◆
"중고차 컨테이너 수출이 늘어나 최대치 물동량을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31일 방문한 인천시 중구 인천내항 20만㎡ 야적장에는 수출을 기다리는 중고차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야적장에 주차된 중고차 유리창에는 'PORT SAID - EGYPT' 등 문구와 아랍어 등이 쓰여 있었다. 모두 중동권에 수출하는 차량으로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한 것이다. 작업자들은 야적장에 주차된 중고 차량을 수출하기 위해 컨테이너 고정작업장으로 이송했다.
차량 수출은 선박의 선수미(船首尾)나 선측(船側)에 설치된 입구로 트럭이나 지게차를 이용해 자동차를 선적할 수 있는 로로선(RO-RO Ship)을 이용한다. 하지만 최근 폐선이 늘면서 로로선은 신차 운송에 우선 투입되고 있다.
컨테이너 고정작업장에 중고차가 도착하자 4명이 1개 팀으로 이뤄진 작업자들은 능수능란하게 차량을 포장하기 시작했다. 차량 한 대를 포장하는 데에는 10여 분이 소요됐다. 4대의 승용차를 40피트 컨테이너에 넣어 고정하는 작업은 총 1시간이 걸렸다.
작업자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차량 엔진, 문짝 등을 포장해 컨테이너에 실었다. 한 고정작업장 관계자는 "중고차는 예전에도 컨테이너를 이용해 수출했는데, 최근에는 수출량이 급증했다"며 "중고차가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수출이 지난해 10월 이후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한 가운데 전국의 항만과 공항에도 수출 화물 수요가 밀려들고 있다. 특히 수출입 물량의 99%를 책임지는 해운업계에서는 계절적 성수기 도래와 낮아진 운임이 맞물리며 컨테이너를 통해 수출길을 찾는 이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해양수산부 해운항만물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31개 항만에서 집계된 컨테이너 수출 물동량은 74만8527TEU(환적 화물 제외)로 전년 동기 대비 21% 급증했다. 지난 7월 72만1493TEU에서 8월 69만2404TEU까지 내려앉았던 컨테이너 수출 물동량이 반등을 시작한 것이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화물 취급 항만인 부산항의 9월 수출 물동량도 46만1919TEU로 전년 동기 대비 20% 뛰었다. 인천항도 같은 기간 컨테이너 수출 물동량이 22.1% 상승했다.
해운업계는 이후에도 물동량이 늘어났을 것으로 관측한다. 각국의 연말연시를 노리고 선적하는 수출 물량은 업계 성수기인 '3분기'에 집중되는데 이 여파가 아직 남아 있어 물동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바닷길을 이용한 수출이 늘어난 배경에는 낮아진 컨테이너 운임도 있다.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벤치마크로 꼽히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9월 8월 이후 1000 선을 하회했으나 10월 27일 들어 다시 1012.6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2000 선을 웃돌았던 것에 비하면 급격히 낮아진 셈이다. 인천항에서 만난 한 수출업자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40피트 컨테이너당 운임비는 1만달러였으나 지속적으로 하락해 최근 3000달러까지 내려왔다"며 "낮아진 운임에 컨테이너를 이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하늘길을 통한 수출도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3분기 글로벌 화물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된 영향으로 물동량 감소, 운임 하락 등으로 부진을 겪었지만 4분기에는 전통적 성수기를 맞아 수요 증가와 운임 상승이 동시에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난 8월을 기점으로 글로벌 항공 화물 수요가 반등세를 보여 수요 저점을 찍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올 3분기 국제선 화물 실적이 69만8213t으로 전년 동기(68만9998t) 대비 1.2%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물동량 회복세로 한국의 수출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 쪽에서 개선이 있는 경우는 많지만 그동안 워낙 악화돼온 만큼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 정진욱 기자 / 서울 최현재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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