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익낼 때 불황 '방파제' 세워라"
총여신대비 충당금 1% 안돼
유럽·미국보다 미흡한 수준
정부 '손실흡수 3종 정책' 주문
내년 자기자본 13%로 높여야
배당 자제로 자본확충 나설듯
금융당국이 국내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은행 연체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는 등 국내외에 잠재된 불안 요인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고금리를 바탕으로 각 은행들이 막대한 이익을 낼 때 손실 흡수 능력을 갖춰 추후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라는 주문이다.
1일 금융위원회는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을 의결하면서 "금리 상승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은행 건전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지난 4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을 계기로 은행권 전반에 위기 대응 능력을 제고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별대손준비금은 예상치 못한 손실을 대비하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특별대손준비금을 적립하게 되면 경기가 악화됐을 때 방파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은행은 회계 기준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왔다. 다만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이 미국, 유럽 등에 비해 부족하다고 봤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총 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0.93%로 유럽(1.51%)과 미국(1.67%)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국내 은행권은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시장 리스크에 더해 원화대출 연체율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3%로 2020년 2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번 감독규정 개정으로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 확충 3종 세트'도 가시화됐다. 금융당국은 특별대손준비금과 함께 이익이 잘 날 때 미리 자본을 확충하는 '경기 대응 완충 자본'과 은행별 리스크 관리 수준에 따라 부과하는 '스트레스 완충 자본'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 중 경기 대응 완충 자본에 대해서는 올해 5월 적립 수준을 기존 0%에서 1.0%로 상향하기로 의결했고, 국내 은행과 은행지주는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5월부터 이 기준을 맞춰야 한다. 금융사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차등 부과하는 스트레스 완충 자본은 내년에 도입될 예정이다.
이번 감독규정 개정은 금융당국이 각 은행들에 자본비율을 선제적으로 끌어올리라는 신호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기본 규제비율은 8%지만 경기 대응 완충 자본 1%포인트, 은행 자체 '버퍼' 2%포인트를 감안하면 현재 은행의 최소 요구 자본비율은 11% 수준이다. 여기에 내년에 스트레스 완충 자본이 도입되면 2%포인트 안팎을 추가로 확보해야 해 4대 은행이 갖춰야 할 최소 보통주자본비율(자기자본비율)은 13%까지 올라간다.
이미 각 은행들은 자본 확충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2.98%로, 이대로라면 내년에 늘어날 최소 요구 자본 비율을 맞추지 못한다. 각 은행들은 배당 자제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준호 기자 /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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