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H지수 ELS …"내년 3조 원금손실"
2년전보다 4조 가까이 늘어
내년 상반기 만기물량만 6조
지수 반등 못하면 절반 피해
은행판매 H지수 ELF도 비상
내년 초 대거 만기가 돌아오는 홍콩H지수(HSCEI) 관련 주가연계증권(ELS)의 미상환 잔액이 증가하고 있다. 홍콩H지수가 지난해 고점 대비 31%가량 하락하며 계속 부진한 가운데 일부 ELS 물량은 내년 만기 때 원금까지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ELS의 미상환 잔액은 지난 10월 기준 20조7684억원으로 나타났다. 2년 전 같은 시기(16조9548억원) 대비 약 4조원 늘어난 상태다. ELS는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의 가격이 만기일까지 정해진 기준 아래로 하락(녹인·knock-in)하지 않으면 미리 약정해 둔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ELS 상품은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 기준을 충족하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고, 충족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연장된다. 통상 만기는 3년이다. ELS 미상환 잔액이 증가한 것은 기초자산 가격 변동으로 인해 조기상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물량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홍콩H지수를 편입한 ELS 상품 중 녹인 레벨(원금 손실 기준)이 55% 이상인 물량의 미상환 잔액은 8조6775억원이었다. 올해 1월 말 8조3558억원이었지만 5월 말 8조4111억원, 9월 말 8조7260억원으로 계속 증가했다.
녹인이 발생했다고 무조건 원금 손실을 입는 것은 아니다. ELS는 만기 시점에 기초자산이 최초 기준가의 60~70% 수준을 회복하면 원금 손실은 피하도록 보장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일부 물량의 경우 만기 시점에도 기초자산인 홍콩H지수가 녹인 구간을 하회해 투자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녹인 구간에 들어선 ELS 물량의 85.6%인 6조원이 대부분 내년 상반기에 만기를 맞는다. 주로 2021년 상반기에 계약된 홍콩H지수 편입 물량이다. 당시 홍콩H지수는 1만~1만2000 수준이었다. 홍콩H지수가 최고 수준이었던 시기에 ELS에 투자했다면 지수가 최소 8000선은 넘겨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부진을 면치 못한 홍콩H지수는 1일 기준 5800선에 머무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수준이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될 경우 2조5000억원에서 3조원까지 손실이 발생한다고 예측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021년 발행한 홍콩H지수 편입 ELS 중 대부분의 물량은 조기상환에 실패한 상황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1년 1월부터 발행된 금액은 대부분 조기상환에 실패했고 내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만기상환 대상이 되지만 대다수 상환 과정에서 원금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와 연계된 주가연계펀드(ELF)에도 비상이 걸렸다. 금감원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F 중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2694억원이다. 녹인이 발생한 금액은 이 중 1150억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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