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투기의 심장' 첨단엔진 개발 서둘러야
전투기는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전투기는 가공할 전투력을 발휘한다. 최근에는 무인화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유·무인복합운영체 개념이 적용된다. 그런 전투기의 초음속 비행 등 다양한 임무 수행을 가능케 하는 심장이 바로 '엔진'이다. 무인기에서도 엔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군사 선진국들은 제공권 유지를 위해 차세대 전투기 엔진을 지속적으로 개발 중이다. 항공 후발국인 중국도 첫 스텔스 전투기인 J-20에 자체 개발한 터보팬 엔진을 탑재할 역량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투기용 엔진 개발을 적극 지원했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엔진 소재와 부품 국산화에 투자를 집중했다. 이웃 국가인 일본도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항공용 가스터빈 엔진 기술을 축적해 1만1000lbf (XF5-1), 3만3000lbf급(XF9) 터보팬 엔진을 독자 개발했다. 주요국이 엔진을 독자 개발해 다양한 항공기에 적용하고 지속적인 성능 개량으로 미래 공중전을 준비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전투기를 포함한 항공기 엔진 개발에 소극적이다.
우리는 초등훈련기 KT-1, 고등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 4.5세대 최신 전투기 KF-21, 국산 헬기 수리온, 중고도 무인기 등 고정익·회전익·무인기 등 다양한 군용기를 개발했다. 그러나 여기에 장착된 엔진은 모두 외국산이다. 외국 엔진을 직도입, 개조, 면허생산 등으로 조달했다. 이렇게 엔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매년 수억 달러의 외화가 해외로 빠져나간다.
국내 항공 엔진 기술은 선진국 대비 70% 수준이다. 지난 40여 년간 1만대에 가까운 다양한 항공 엔진을 생산하면서 제작과 조립 기술은 선진 수준에 근접했다. 엔진 통합설계와 해석, 소재, 시험평가와 감항인증 등을 종합할 역량도 수준급으로 이미 첨단 항공 엔진 개발 기반은 마련됐다. 그러나 고성능 엔진 소재와 시험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
고성능 엔진은 한번 개발하면 핵심 기술을 활용해 파생 엔진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또 다양한 유·무인기, 수송기 등의 엔진에 적용이 가능해 파급효과는 천문학적이다. 하루빨리 첨단 엔진을 개발해야 할 이유다.
더구나 항공 엔진을 독자 개발하면 공군 전투기의 엔진 교체용은 물론, 우리가 개발하는 신형 전투기와 무인전투기 등의 수요를 모두 대체할 수 있다. 이런 소요를 대략 계산하면 국내에 필요한 유·무인전투기에 6조원, 국산 유인 전투기 수출에 5조원, 항공정비(MRO)에 5조5000억원 등 16조5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도 기대된다.
경제적 파급효과를 더욱 극대화하려면 미국 업체와 공동 개발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미국은 자국 생산 방산물자 우선구매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과 공동으로 개발한 엔진을 장착하면 미국에 전투기를 팔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이 첨단 항공 엔진을 개발하기에는 지금이 최적기다. 앞으로 본격적인 무인기 시대로 진입해 선진국과 엔진 기술 격차가 더 커지기 전에 차이를 줄일 마지막 기회다. 첨단 항공 엔진 개발을 통해 국내 항공 무기체계의 진정한 자립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미래 공중 전력의 핵심이 될 유·무인전투체계 개발을 앞당길 수 있도록 산학연은 물론 정부도 사명감을 가져야 할 때다.
[김민석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상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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