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업계 최악 끝났다… 내년 매출 11% 반등 전망
세계 반도체 산업이 바닥을 지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인텔과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 등 장기침체에 빠져있던 반도체 기업들이 “최악의 상황은 끝났다”는 자신감을 표명했다.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38% 감소했지만 고객사의 재고수준이 정상 상태로 돌아가고 있어 감산으로 인한 공급 과잉이 완화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과 새 개인용 컴퓨터, 스마트폰 등과 관련된 수요 증가를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금과 같은 회복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도체 시장의 상황은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등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세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반도체는 PC와 스마트폰, 데이터 센터와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기 때문에 종종 경기의 바로미터가 된다.
이 같은 경기회복은 이른바 ‘반도체법’에 따라 미국 내 반도체 제조를 촉진하기 위해 약 530억달러(약 72조원)를 지출하고 있는 미국 정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WSJ은 평가했다.
유럽과 일본,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들도 자금 또는 규제 지원을 통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 중이다. 이런 투자는 반도체가 장기적인 성장 산업이라는 전제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반도체산업 컨설팅 회사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스트래티지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11% 이상 반등해 5500억달러(약 747조17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산업은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팬데믹 첫해에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비디오 게임기, 넷플릭스 등에 스트리밍 비디오를 제공하는 데이터 서버 분야에서 수요가 급증했다. 그 결과 반도체가 부족해졌고 고객사들이 반도체를 사들이면서 제조업체가 큰돈을 벌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초에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경기 사이클이 바뀌었다. 소비자와 기업은 지출을 줄였고, 전자제품 제조업체는 재고가 쌓였다.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 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을 제외한 반도체 업체들은 생산량을 줄이고 투자를 연기했으며, 고용 동결과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팬데믹 시작 후 거의 4년이 지난 지금, 경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회복 속도는 작년의 침체만큼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인텔은 PC용 반도체 생산사업부에서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해 다음 날 주가가 10% 가까이 상승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에서 올해 2억7000만 대의 PC 판매가 예상된다면서 4분기까지 “매우 건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가장 급격한 가격 하락이 있었는데, 삼성전자에 이어 메모리 칩 분야 2위인 SK하이닉스는 수요가 회복되고 있으며, 기기의 멀티태스킹을 가능하게 하는 DRAM 반도체 부문이 3분기에 흑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경기 회복을 저해하는 요소로는 스마트폰 수요 부진과 지정학적 긴장, 중국의 경제 불확실성 등이 꼽힌다.
전기차 판매량도 일부 반도체 제조업체의 예상만큼 빠르게 증가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기차 공급업체들 사이에서 단기 성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자동차와 에너지 인프라 및 기타 산업용 반도체를 만드는 온세미는 높은 금리와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기차 수요가 약화될 조짐을 보이자 지난달 30일 주가가 22%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다.
이 회사 하산 엘-쿠리 CEO는 “자동차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냈지만 반도체 재고가 소진되는 데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는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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