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세사기, 기한없이 엄정 단속…최대한의 책임 지울 것"(종합)
"다가구 피해자 지원 검토…처벌 강화 법 개정 추진 중"
피해자대책위 "속 빈 강정…피해자 지원 사각지대 보완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이도흔 기자 = 수원·대전 등지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가 "범정부 역량을 결집해 엄정한 단속을 기한 없이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와 국토교통부, 경찰청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전세사기를 발본색원하고 충실한 피해 복구를 지원하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지난해 7월부터 범정부 차원에서 벌여 온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 기간이 연말 종료를 앞둔 가운데 '무기한 단속'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과 경찰은 전세 사기범과 그 공범들을 지구 끝까지라도 추적해 반드시 처단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한 지 이틀 만이기도 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간의 범정부적인 노력에도 최근 수원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으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국민들의 염려와 불안은 여전하다"며 "사익 추구만을 목적으로 사기 범행을 저지른 임대인이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책임을 지게 하고, 그 범죄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컨설팅 업자 등도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 최지수 씨가 쓴 책 '전세지옥'을 언급하며 "(더는 다른 피해자가 없기를 바란다는) 그 말씀을 정책을 펴는 기본으로 삼겠다"고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세사기 범죄가 "국가적 현안"이라면서 "범죄 첩보 수집을 대폭 강화해 전세사기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범죄수익 추적 전담팀을 편성해 피땀 흘려 모은 서민들의 재산을 끝까지 찾아내 환수하겠다"고 말했다.
수원 전세사기 사건과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임대인 20명을 입건했으며, 고소인 316명에 대한 피해 조사, 주요 피의자 출국금지·압수수색, 피의자 3명 1차 조사 등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수원지검도 지난달부터 전세사기 수사 전담팀을 꾸려 운영 중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절박한 피해자들이 필요한 지원을 하루라도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피해자 결정 등에 걸리는 행정 절차를 과감히 단축하겠다"며 "피해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비상한 각오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해 7월부터 14개월간 검거한 전세사기 관련 사범은 1천765건·5천568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481명이 구속됐다. 법원 결정에 따라 몰수·추징 보전된 금액은 1천163억5천만원이다.
법무부는 다수의 조직적인 사기 범행에 대해서는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극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사건, 광주 빌라왕 사건 등의 관련자들을 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또 전세사기처럼 피해자가 다수인 재산 범죄는 전체 피해액을 기준으로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개정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지난 4월 의원 입법 형태로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국토부는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이후 피해자지원위원회를 구성해 7천590건에 대해 피해자 등을 결정하고, 2천662건에 대해 긴급 경·공매 유예, 저리 대출 등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원 장관은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민생 범죄인 전세사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총력으로 대응해 왔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체결된 임대차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가구 주택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지난 6월 시행된 특별법의 주요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가구 임차인에 대한 맞춤형 지원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는 정부 브리핑 이후 논평을 내고 "이미 진행 중인 수사·재판 중인 상황을 정리하거나 이미 시행 중인 지원대책의 현황을 종합한 것에 불과해 '속 빈 강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무엇보다 '임대인의 기망'을 입증하기 어렵거나 수사조차 진행되지 않아 특별법 피해자로 신청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이 빠져있다"며 "사각지대가 너무나도 커서 피해자의 약 17% 정도만 이용하고 있는 정부 지원대책에 대한 보완방안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momen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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