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인구소멸시대 아파트가 살아남는 법
신규수요로 버티던 주택시장
인구 감소로 게임규칙 무너져
아파트 90% 여전히 벽식구조
수명짧은데 재건축은 힘들어
리모델링편한 기둥식 늘려야
한국에서 주택시장이 작동하는 모습은 신규 참여자의 유입을 통해 유지되는 폰지게임을 닮았다.
주택 매수자는 소득만으로는 원금과 이자를 감당할 수 없으나 매매나 전세가격의 지속적 상승에 기대어 투자금을 회수하고 자산을 증식한다. 그런데 이러한 작동 원리를 단순히 머니게임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그간 주택시장에서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실수요가 증가했고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 상승은 주거 서비스에 대한 구매력을 높였다. 주택 공급이 도시화와 구매력 상승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동안 좋은 주거에 대한 지불 의사도 높아졌다. 실제 사용 가치의 상승이 수반됐으며 공간시장에서의 신규 공급은 자산시장에서 높아진 주택가격을 통해 촉진됐다. 높은 변동성과 투기적 수요 등 각종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시스템은 개발이 본격화한 1970년대 이후 50년간 우리나라 주택시장을 지탱해왔다.
이제 시장을 유지해오던 전제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절대 인구의 감소는 신규 참여자 유입으로 굴러가던 게임의 규칙을 바꾸게 될 것이다. 수도권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통계청 2050년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수도권의 총가구 수는 증가하지만 주택의 주요 구매층인 59세 이하 가구는 25%나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신규 구매층인 30대 이하 가구의 감소폭은 36%에 달한다. 수요의 급격한 감소는 자산시장에서의 가격 상승을 재원으로 주택을 공급하던 메커니즘이 더 이상은 작동하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특히 우리나라 아파트의 90% 이상은 벽식 구조로 주택 생애주기가 매우 짧다. 벽식 아파트는 짧은 공사기간과 저렴한 공사비용으로 인해 선호되지만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리모델링이 용이하지 않으며 수명은 30년에 불과하다. 2050년께에는 현재의 신축 아파트를 포함한 대부분 물량이 재건축 대상이 되지만, 노후 주택의 재건축은 주택시장 성장기와 달리 쉽지 않아 보인다. 용적률도 문제지만 현재보다 용적률을 올린다 하더라도 수요 자체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는 재건축 사업의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
인구와 가격의 상승기에는 일반분양을 통한 건축비 조달과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조합원 간 갈등을 흡수하고 합의에 이르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건축비용을 오롯이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라면 수백~수천 명의 소유권자들로 구성된 대단지 아파트일수록 이해관계 조정이라는 사업 추진의 허들은 높아질 것이다.
미래 주택시장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는 주택의 수명을 최대한 길게 하면서도 가구원 수 변화에 따라 구조 변경과 리모델링이 용이한 공법을 채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보인다. '장수명 주택 인증' 1급은 기둥식 구조를 기본으로 하면서 100년 이상 유지되는 주택에 부여된다. 그러나 벽식 구조물에 비해 높은 초기 비용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건설에 거의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신규 주택 공급의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주택 시공사업에서 장수명 1급 인증 주택을 확산시킬 수 있는 보다 적극적 인센티브가 필요해 보인다. 예컨대 세제 분야에서는 장수명 주택 공급이 공공성이 높은 사회적 투자임을 고려해 보유세 과표에서 건축물분(건축원가)을 제외하거나 일부 감면하는 세제 혜택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수천 가구를 단위로 하는 초대형 사업보다는 개발의 단위를 소규모로 진행하는 것이 포스트포디즘 방식의 유연한 주택 생태계 구축에 유리할 것이다.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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