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땐 '오너 고발 원칙', 지나친 기업 옥죄기 아닌가 [사설]
한국경제인협회를 비롯한 6개 경제단체가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기업인 고발을 쉽게 하는 공정위원회의 고발 지침 개정안을 재검토해 달라"는 성명을 냈다. 개정안에 따르면 오너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기업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법인을 공정위가 고발할 때는 특수관계인(오너)도 '원칙적으로' 함께 고발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중대한 법 위반'이 있어야 고발했다는 점에서 오너 고발이 훨씬 쉬워진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가 발생하기만 하면 무조건 오너가 고발될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는 기업인이 이런 공포에 빠지는 건 옳지 않다. 공정위는 지침 개정안을 더욱 가다듬어 기업인이 부당하게 고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정위는 "오너가 일감 몰아주기에 관여한 경우에만 고발이 된다"고 해명했으나 기업 입장에서는 '관여'라는 단어가 너무나 모호하다. 자칫 오너라는 이유로 회사의 모든 일에 관여했다는 구도를 만들어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하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을 가질 만도 하다. 공정위는 "오너가 중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알고 있었거나 보고받은 경우에는 관여했다고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준용하면 될 것이라고 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보다 분명한 규정이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 '관여'가 성립하는지 명확하게 지침에 담을 필요가 있다.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 행위의 '사회적 파급 효과가 현저한 경우'에도 기업을 고발할 수 있도록 했는데 상위법인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 공정거래법은 위반 행위가 중대하고 명백해 경쟁질서를 현저히 해치는 경우에만 고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일감 몰아주기 자체는 경미한데도 여론 재판으로 비화하면서 기업이 고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 한국 경제는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기업 기를 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경제형벌을 완화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이 이에 부합하는지 살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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