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싹 증발할 수도 있다고?”…곧 만기 돌아오는 이 상품 어쩌나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2023. 11. 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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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추종하는 ELS
10월 ELS 미상환잔액 21조
2년전 보다 4조 가까이 늘어
내년 상반기 만기물량만 6조
지수 반등 못하면 절반 피해
은행판매 H지수 ELF도 비상
홍콩거래소 [EPA = 연합뉴스]
내년 초 대거 만기가 돌아오는 홍콩 H지수(HSCEI) 관련 주가연계증권(ELS)의 미상환잔액이 증가하고 있다.

홍콩H지수가 지난해 고점 대비 31%가량 하락하며 계속 부진한 가운데 일부 물량은 내년 만기 때 원금까지 손실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1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홍콩 H지수를 추종하는 ELS의 미상환 잔액은 10월 기준 20조7684억원으로 나타났다. 2년 전 같은 시기(16조9548억원) 대비 약 4조원 늘어난 상태다. 올해 초에 비해서도 5000억원이 늘었다.

ELS은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의 가격이 만기일까지 정해진 기준 아래로 하락(knock-in, 녹인)하지 않으면 미리 약정해 둔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계약 시점 대비 50~55% 수준으로 떨어지면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녹인 구간에 들어선 ELS는 7조원 규모고 이중 대분이 홍콩 H지수 편입 상품이다.

ELS 상품은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 기준을 충족하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고, 충족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연장된다. 통상 만기는 3년이다.

ELS 미상환 잔액이 증가한 것은 기초자산 가격 변동으로 인해 조기상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물량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홍콩 H지수 편입 ELS 상품 중 녹인 레벨(원금손실기준)이 55% 이상인 물량의 미상환 잔액은 8조6775억원이다. 올해 1월 말 8조3558억원이었지만 5월 말 8조4111억원, 9월 말 8조7260억원으로 계속 증가해왔다.

녹인이 발생했다고 무조건 원금 손실을 입는 것은 아니다. 만기 시점에 기초자산이 최초 기준가의 60~70% 수준을 회복하면 원금 손실은 피하도록 보장돼있다.

하지만 문제는 일부 물량의 경우 만기 시점에도 기초자산인 홍콩 H지수가 녹인 구간을 하회해 투자 원금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홍콩 H지수가 계속 떨어지며 투자자들의 근심도 심화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녹인 구간에 들어선 ELS 물량의 85.6%인 6조원이 내년 상반기 중 만기를 맞는다. 주로 2021년 상반기에 계약된 홍콩 H지수 편입 물량이다.

당시 홍콩 H지수는 1만~1만2000포인트 수준이었다. 2021년 2월에는 1만2228.63포인트에 달하기도 했다. 홍콩 H지수가 최고 수준이었던 시기 ELS에 투자했다면 H지수가 최소 8000선은 넘겨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부진을 면치 못한 홍콩 H지수는 1일 기준 5800선에 머무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수준의 지수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될 경우 2조5000억원에서 3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예측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021년 발행한 홍콩 H지수 편입 ELS 중 대부분의 물량은 조기상환에 실패한 상황이다. 2021년 1~2월에 발행한 물량은 다섯 번에 걸친 중간평가가 이미 끝나 내년 1월과 2월에 돌아오는 만기상환을 기다려야 한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1년 1월부터 발행된 금액은 대부분 조기 상환에 실패했고 내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만기상환 대상이 되지만 대부분 만기 상환 과정에서 원금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홍콩 H지수가 반등에 성공하더라도 7000포인트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고 넘어서더라도 연중 고점대인 7800포인트 수준의 저항은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홍콩 H지수의 하락세로 인해 2021년 이후 이 지수를 편입한 ELS 발행 규모도 감소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홍콩 H지수 편입 ELS는 11조9000억원 발행됐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3조원 발행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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