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놀이터도 될 수 있다…경기교육청 공간조성 현장[르포]

박종대 기자 2023. 11. 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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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까지 867억원 투입해 88개교
사용자 참여설계 통해 학생·교직원·학부모 의견 반영
[용인=뉴시스] 박종대 기자 = 1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대지중학교 3층에 꾸며져 있는 복도 연결통로가 노란색으로 칠해져있다. 2023.11.01. pj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학교 생활이 풍부해졌어요."

1일 오전 11시께,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대지중학교 앞.

아파트단지 숲 사이에 위치한 학교 정문을 지나 교정 안으로 들어가면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지상 5층짜리 건물이 나온다. 어느 지역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반듯한 직사각형 모양의 교사(校舍)였다.

그런데 건물에 가까이 다가가면 다른 학교에 없는 1층 야외 테라스 공간이 눈에 띄었다. 교실 1개 반 정도의 면적 크기로,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투명유리 소재로 된 몰딩도어가 설치돼 있어 실내가 야외로 연결되는 구조였다.

내부로 들어가면 카페처럼 꾸며진 공간이 보였다. 넓은 홀에 다과나 음료를 먹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구비돼 있고, 싱크대와 아일랜드 식탁까지 갖춘 개방감 넘치는 주방도 있다.

좌석 군데군데에 등쿠션까지 비치돼 있어 카페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이는 학생들이 서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교실을 벗어나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친구나 선·후배들과 자연스럽게 교우관계를 쌓을 수 있는 소통의 장소로 꾸몄다.

이곳을 나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삭막하고 어둠침침한 복도가 아닌 양탄자를 깐 것처럼 화사한 주황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는 바닥이 보였다.

[용인=뉴시스] 박종대 기자 = 1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대지중학교 4층에 조성돼 있는 학생 휴식공간. 2023.11.01. pj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2층에는 북카페 형태의 도서관과 소그룹 활동이 가능한 회의실을 비롯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러닝센터' 공간이 조성돼 있다.

도서관에는 사춘기 학생들을 배려한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학생들이 안락한 환경에서 독서에 집중하고 친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아지트 공간과 다락방, 온돌방을 설치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편안하게 들어와 자신이 읽고 싶은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다.

3층으로 올라가자 이번에는 노란색 복도 바닥이 눈앞에 펼쳐졌다. 해당 층에는 과학과 수학 등 융합교육이 진행되는 사이언스룸과 상상체험실을 비롯한 학생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다. 마치 미술관 갤러리를 걷는 기분에 빠져들게 하는 온통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는 아치형 통로는 학생들에게 시각적 즐거움과 함께 알록달록한 색깔 자극에 의한 상상력을 키우는 데도 충분해보였다.

1998년 12월 개교한 대지중은 경기도교육청의 학교 공간조성 사업을 추진한 곳으로, 2019년 사업대상지로 선정돼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이를 진행 중이다. 현재 거의 마무리 상태로 일부 시설만 공사를 완료하면 모든 사업이 종료된다.

이 학교는 기존 학교 건물을 다시 리모델링하며 가장 중점에 둔 것이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설계에 반영하는 일이었다. 여러 차례에 걸친 워크숍을 통해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가 원하는 학교 공간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직접 그림과 모형으로 구체화해보는 작업 등을 거쳐 현재의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용인=뉴시스] 박종대 기자 = 1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대지중학교 5층에 조성된 학생휴식공간인 '꿈쉼터'. 2023.11.01. pj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만큼 학교구성원들의 이용 만족도는 높다. 흡사 교도소와 비슷해보이는 우리나라 학교 건물의 틀에 박힌 형태를 탈피하기 위해 어떤 공간이 학교에 필요한지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났다. 바로 학생들이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다.

교실마다 칸칸이 구획돼 있는 등 막힌 공간이 많은 학교 건물 특성상 이를 제외한 다른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학생들에게 시야의 개방감을 줄 수 있도록 불필요한 벽면을 허물고 교실 담장을 몰딩도어 유리창으로 설치했다. 이를 열면 언제나 교실을 확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교실과 복도, 교실과 교실 사이가 한 공간으로 연결돼 다양한 공간의 변주가 가능했다.

세심함도 엿보였다. 넓어보이는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벽면을 허물고 남겨둔 기둥마다 거울처럼 비치는 스테인레스 재질의 건축 자재를 붙였고, 계단과 계단 사이의 층계참에도 한쪽 벽면을 다 차지할 정도로 큰 규격의 대형거울도 부착해놨다.

3학년에 재학 중인 임윤재(15)군은 "학교가 공간 혁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며 "새로 조성된 학생회실과 밴드합주실, 안무실의 경우 여러 자치활동과 동아리 활동의 접근성을 높여 훨씬 풍부한 학교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용인=뉴시스] 박종대 기자 = 1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대지중학교 2층 런닝센터 내에 ICT포드실. 2023.11.01. pj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신난숙 대지중 교장은 "미래형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학습 공간을 구축하기 위해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앎'·'삶'·'쉼' 등 3가지 교육철학을 담은 지금의 학교를 탄생시켰다"며 "새롭게 조성된 공간에서 학생들도 꿈과 끼를 마음껏 키우면서 즐겁게 교육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기도교육청이 오는 2024년까지 총 88개 학교에 867억 원을 투입해 배움과 쉼, 놀이가 공존하는 '학교 공간 조성사업'을 추진에 나선다. 이미 도교육청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07개교에서 해당 사업을 완료했다.

이 사업은 학교 공간을 꾸밀 때 사용자인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설계에 반영하는 게 특징이다. 도교육청은 이 과정에서 사용자가 구상하는 공간을 건축사와 건축 교육전문가 등 인력풀을 운영 중이다.

전체 88개교 가운데 58개교에는 762억원을 들여 고교학점제 공간을 조성한다. 현재 사용자 참여설계를 마쳤으며, 올해 겨울방학부터 본격적으로 착공에 들어간다.

김귀태 도교육청 학교공간조성담당관은 "교육공동체 중심의 다양하고 유연한 학교 공간을 만들어 미래 융복합 교육에 대응하고, 학생 창의성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용인=뉴시스] 박종대 기자 = 1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대지중학교 2층에 조성된 북카페형 도서관. 2023.11.01. pj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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