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2호 혁신안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금지’로 가나

조미덥·이두리 기자 2023. 11. 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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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 희생 정신’ 강조하며 얼개 밝혀
물갈이 신호탄···영남권 의원들 ‘부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5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일 계백 장군의 희생 정신을 강조하면서 국회의원의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금지’ 등 2호 혁신안의 얼개를 밝혔다. 전날 만난 유승민 전 의원을 ‘젠틀맨’으로 추켜세우며 비윤석열계 통합 의지도 내비쳤다.

인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국회의원이 한 지역구에서 세 번을 하고 다른 지역구로 옮기든지 하는 매우 많은 아주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만이 방법이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면서도 이번주 내에 발표할 2호 혁신안에 3선 초과 금지가 들어갈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전남 순천 출신의 인 위원장은 “난 백제권에서 커서 계백을 좋아한다”며 2호 혁신안의 기조로 ‘희생’을 강조했다. 백제의 장군 계백은 가족들을 죽이고 신라와의 황산벌 전투에서 싸우다 전사했다. 그는 “경상도에 우리 국회의원들이 많은데 거기에서 뜬 사람들이 서울에 와서 좀 도와주면 좋겠다”며 “어려운 곳에 와서 희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위 출범 후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영남 중진의 수도권 출마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인 위원장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제한, 국회의원 정수 축소 등도 2호 혁신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금지 혁신안이 발표되면 총선 물갈이 신호탄으로 해석돼 영남 의원들의 반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도 김용판 의원(대구 달서병)과 류성걸 의원(대구 동구갑) 등이 영남 의원들을 ‘낙동강 하류 세력’으로 칭한 인 위원장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혁신안 수용 여부를 두고 당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당 의원 중 동일 지역구에서 3번 이상 당선된 의원은 23명에 달한다. 김기현 대표(울산 남구을·4선),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3선)과 주호영(대구 수성갑·5선), 장제원(부산 사상·3선), 박대출(경남 진주갑·3선) 의원 등 영남권에서만 12명이 해당한다. 인 위원장이 기존에 ‘서울로 와야 한다’고 말했던 영남권 중진들과 사실상 중복된다. 주호영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옆 지역구인 수성을에서 현 지역구로 옮겨 다르게 볼 여지는 있다.

인 위원장은 전날 비공개로 만난 유 전 의원에 대해 “정말 젠틀맨” “개인적으로 만나보니까 존경이 간다” “참 자세가 아름답다” “순수한 사람”으로 한껏 치켜세웠다.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도 만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비윤석열계와의 당내 통합을 꾸준히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 위원장과 이 전 대표와의 만남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전 대표가 혁신안에 대해 연일 날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당이 아니라 다른 데(대통령실) 불만이 있는데 왜 당에 쓴 약을 먹이나”라며 “(혁신위가) 용산의 논리를 대변해서 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인 위원장은 이날 “대통령을 향해 ‘이래라저래라’하는 건 월권”이라고 당정관계를 다루지 않을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혁신위가 1호 혁신안으로 발표한 이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최고위원, 김철근 전 당대표정무실장에 대한 징계 취소는 오는 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된다. 당 지도부가 연일 당 주류에 각을 세우는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의 징계 취소를 결정할지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당대표를 지냈는데 당을 위해 통 크게 (받아들이라는데) 자기들이 통 크게 마음 먹고 살지 왜 남한테 강요하나. 이게 2차 가해”라며 징계 취소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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