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인간의 관계 고찰한 현대미술

국현 '올해의 작가상' 전시
권병준·갈라 포라스-김
이강승·전소정 작품 펼쳐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 전시 '올해의 작가상'이 올해부터 확 달라진다.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창작 후원금이 4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많아지고, 신작 외에 기존 작품도 함께 전시해 예술세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최종 수상자도 관객과 함께하는 공개 워크숍을 거쳐 선정한다.

'올해의 작가상 2023'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내년 3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선정 작가는 권병준, 갈라 포라스-김, 이강승, 전소정이다. 미술관은 "이들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후기 산업사회에 접어들며 변화한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고찰하는 포스트 휴머니즘의 주제를 공유한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한국·콜롬비아계 작가 갈라 포라스-김은 제주비엔날레에 이어 1년 만에 한국에서 신작을 선보인다. 남겨진 문화유산 및 유물들이 박물관의 현대적 분류법에 따라 본래 의미가 잊히거나 재해석되곤 하는 지점에 의문을 갖고 인간이 만든 구조의 유약함을 다뤄온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라북도 고창 고인돌과 죽음을 주제로 한 신작 '세월이 남긴 고색의 무게'와 이에 연계된 고대 마야, 이집트 유물 등을 소재로 제작한 이전 작업 시리즈들을 함께 선보인다. 갈라 포라스-김은 "자연물에 인간이 개입해서 인간 생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관심이 많다. 적합한 소재가 한국에 많은 고인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로봇과 인공지능(AI) 시대 예술도 만날 수 있다. 소리 관련 하드웨어 연구자인 권병준은 기술과 음악, 연극, 미술을 아우르는 퍼포먼스를 기획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사회의 소수자이자 동반자로서 로봇을 선택해 '일어서는 법' '오체투지 사다리봇'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로봇' 등 로봇의 전시와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이강승은 배제된 타인들의 서사에 집중해온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워싱턴발레단의 싱가포르 무용수 고추산과 브라질 미술작가 호세 레오닐슨 간 옷 설치작업의 예술적 협업을 통해 퀴어 역사를 연결한다. 역사에 새로운 관점과 지식을 만들어내는 신작 '라자로'도 선보인다.

전소정은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여성 시인, 작가, 연주가 등을 소재로 한 신작 '싱코피(Syncope)'를 제작했다. 이를 통해 속도에 관한 경험이 불러일으키는 전근대적, 후근대적 감각을 모색해 보고 속도가 파열시키는 현대사회의 구조들-자본과 데이터, 생명공학 등을 돌아볼 예정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올해부터는 동시대 현안과 관련한 작가의 신작과 기존 작업을 함께 선보임으로써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더 높이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종 수상자는 전시 기간 중 일반인 공개 워크숍과 2차 심사를 거쳐 2024년 2월에 발표된다.

[김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