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레 벗어난 NC 신민혁, 한국시리즈에서 3번째 ‘인생투’ 꿈꾼다
NC 신민혁(24)이 정규시즌 무너지는 패턴은 대개 비슷했다. 타순이 한 바퀴 돌고 나면 갑자기 장타를 맞기 시작했다. 장타를 피하려 유인구 위주로 공을 던졌고, 그러다 보니 투구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 5이닝이 채 되기도 전에 한계투구수를 넘기는 날이 적지 않았다. 지난 6월 15일 창원 두산전, 신민혁은 4.2이닝 1실점만 했지만 투구수 112개로 마운드 위에서 내려왔다. 아웃 카운트 하나가 모자라 선발승을 올리지 못했다. 신민혁은 “그날 분해서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올가을 신민혁은 정규시즌과 다른 투수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도합 1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정규시즌 122이닝 동안 14홈런을 맞았던 선수가 가을 무대 들어서는 단 하나의 홈런도 허용하지 않았다. 볼넷은 단 2개만 내줬다. SSG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 타순이 한 바퀴 돌고 난 4회말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후속 세 타자를 모두 아웃시켰다. 지난 31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KT 타선을 맞아 2회 1사부터 7회 1사까지 14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했다. 보더라인을 찔러가며 투구 효율을 극한으로 높였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2이닝을 87구로 버텼고, 플레이오프 2차전은 7회 1사까지 공 81개로 막았다.
정규시즌 신민혁은 생각이 많은 투수였다. 구종을 고민했고, 뜬공을 억제하기 위해 다른 수를 찾으려 했다. 생전 던지지 않던 투심 패스트볼을 시도하기도 했다. KT전 신민혁은 달랐다. 타자가 루틴을 시작할 때 이미 던질 자세를 잡았다. 타자가 준비를 마치면 바로 자기 공을 던졌다. 타이밍 싸움부터 상대를 이기고 들어갔다. 신민혁은 “계속해서 스트라이크가 들어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더 빨리 던지려고 했던 것 같다. 상대 타자한테 시간을 안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저 컨디션이 좋고 운이 좋아서 나온 결과만은 아니었다. 김수경 투수코치와 상의 후 로진을 이용해 디딤발 위치를 고정했다. 리그 최고 투수인 팀 동료 에릭 페디의 투구폼을 연구하고 조언을 구했다. 글러브를 얼굴 앞에 두고, 처음부터 상체를 숙이고 들어가면서 그간 몸이 뒤로 젖혀지며 제구가 흔들리던 문제를 손봤다.
여기에 동갑내기 포수 김형준(24) 효과까지 더해졌다. 신민혁은 “형준이는 양의지 선배님과 하는 것처럼 내 생각을 읽는 것 같고, 잘 맞춰준다. 호흡이 좋다”고 말했다. 김형준의 공격적인 리드에 신민혁의 투구도 위력이 배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인권 NC 감독도 “신민혁이 눈부신 호투를 했다”고 칭찬하면서, 동시에 “김형준의 투수 리드 능력이 있어서 신민혁의 호투가 더 빛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민혁은 욕심이 많은 투수다. 풀타임 선발로 벌써 3시즌을 치렀지만, 아직 선발 8이닝을 경험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KT전을 포함해 5차례 7이닝 투구가 전부다. 전날 생애 최다 이닝 기록을 넘어설 뻔했지만, 볼넷과 수비 실책이 이어지며 6.1이닝 만에 내려왔다. 신민혁은 “프로에서 완봉이란 걸 해본 적이 없어서 해보고 싶었다. 그래도 저희 불펜들이 좋으니까, 기분 좋게 믿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당연히 팀 승리가 최우선이지만 아쉬움이 전혀 없지는 않다.
와일드카드 첫 업셋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NC가 가을 야구 6연승을 달리고 있다.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이제 딱 1승이 남았다. 신민혁의 눈도 한국시리즈로 향하고 있다. 지난 2경기에서 연거푸 ‘인생투’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그보다도 더 완벽한 투구를 욕심내는 것도 당연하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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