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 깁슨, 추상의 붉은 커튼을 열어 젖힌다[김창길의 사진공책]

김창길 기자 2023. 11. 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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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al Abstraction, Archival Pigment Print, 2023 (C)Ralph Gibson, 고은사진미술관

왼쪽 사진은 붉은 커튼 두 개가 보이는 컬러 사진이다. 오른쪽은 얼굴 표정이 다른 두 개의 얼굴 조각상이 찍힌 흑백 사진이다. 그리 유사한 점이 없다고 느껴지는 사진. 굳이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두 개의 피사체와 ‘ㄴ’자 구도의 검은 그림자가 두 사진에 존재한다는 점. 이렇게 상이한 사진들을 둘로 조합하는 형식을 ‘딥틱’이라 한다.

Political Abstraction, Archival Pigment Print, 2023 (C)Ralph Gibson, 고은사진미술관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역사가 깊다. 중세의 종교화에 쓰였으며, 그리스 로마 시대에도 발견되는 형식으로 지금의 노트북처럼 접었다 펼 수 있는 그림으로 제작됐다. 최근에는 얼굴없는 화가 뱅크시의 ‘풍선을 들고 있는 소녀’에도 사용된 방식이다. 사진작가 중에서는 랄프 깁슨이 주목했던 형식이다. 두 개의 이미지 사이를 메우는 것은 관람객들의 상상력이다.

Political Abstraction, Archival Pigment Print, 2023 (C)Ralph Gibson, 고은사진미술관

랄프 깁슨의 사진전 <Political Abstraction>이 내년 4월까지 부산 해운대구의 랄프 깁슨 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지난 2022년 10월 1일 개관한 랄프 깁슨 사진미술관의 세 번째 전시다. <Political Abstraction>은 <모노(MONO)> 시리즈에 이은 두 번째 디지털 작업이다. 딥틱으로 구성된 두 개의 사진에는 촬영 장소와 날짜 등 어떤 정보도 없다. 추상화된 두 사진의 의미는 사진전을 관람하는 관객의 몫이기 때문이다. 11월 3일 오후 3시에 랄프 깁슨의 ‘아티스트 토크’가 열리고, 5시에는 오프닝 리셉션이 열린다. 내년 1월에 동명의 사진집이 발간될 예정이다.

Political Abstraction, Archival Pigment Print, 2023 (C)Ralph Gibson, 고은사진미술관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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