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못 버텨”…서민 먹거리, 연이어 가격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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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에 한동안 눈치보던 기업들이 최근에는 연이어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정부 '말발'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기업을 향해 가격 인상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적 압박에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자 너도 나도 올리는 동조 현상이 시작된 것"이라며 "(정부에 대한) 반발이 생기면서 효과가 다 떨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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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격 인상이 결정된 품목은 서민 장바구니와 직결된 품목이 많다. 우선 소주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서민 술의 대표인 소주 참이슬 후레쉬, 참이슬 오리지널의 출고가를 6.95% 올렸다. 맥주시장 1위 오비맥주가 6.9% 인상했고, 하이트진로도 테라와 켈리 출고가를 6.8% 올렸다. 원유(原乳) 가격이 8.8% 인상된 여파로 서울우유, 매일우유, 남양유업이 흰우유를 비롯해 치즈, 생크림, 요거트 등을 일제히 인상했다. 맥도날드는 빅맥을 300원 올린 5500원으로 책정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연말이 다가오며 현 가격으로는 영업이익 목표치를 달성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서두른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기업을 향해 가격 인상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3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범정부 물가 안정 체계를 가동하여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주력하겠다”며 물가를 8번 언급하는 등 물가잡기를 강조했다. 지난달 20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식품, 외식기업을 소집해 “원가절감으로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 달라”고 주문하는 등 각 부처에서 기업들에 가격 인상 자제 메시지를 냈다.
올해 상반기(1~6월)만 해도 정부가 라면, 빵 등 특정 품목을 향해 ‘두더지 잡기 식’으로 구두 개입하며 가격 동결이나 인하를 이끌어냈다. 실제로 올초 소주 가격 인상설이 나오자 기획재정부는 2월 소줏값 인상 요인을 점검하겠다고 했고, 하이트진로는 “당분간 인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었다. 9월 추석 명절을 앞두고서도 농식품부가 식품·외식업계 간담회를 열고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자 기업들이 호응하는 듯 했지만, 추석 이후부터는 기업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
식품·외식업계에서는 6월 정부의 물가 안정 요청에 동참했던 라면, 과자, 빵 등의 가격도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제 설탕 가격은 연초 대비 50% 올랐으며, 초콜릿 원료인 국제 카카오 가격도 1971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어떻게 버텼다고 해도, 더 이상 원가 상승분을 감내하기 힘들어 내년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인위적 물가 통제가 한계에 부딪혔다고 지적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적 압박에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자 너도 나도 올리는 동조 현상이 시작된 것”이라며 “(정부에 대한) 반발이 생기면서 효과가 다 떨어졌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특정 품목에 대해 가격 개입을 하는 것은 어차피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기업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송진호 기자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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