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KF-21 첫 생산량 반토막 …軍·방산업계 “가격 상승·전력공백” 반발

정충신 기자 2023. 11. 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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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첫 생산량 ‘반토막’잠정결론… 전력화 지연·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
KIDA 사업타당성 조사서 ‘초도 물량 40대→20대’ 잠정 결론
성일종 의원 “공군 전투력 발휘 위해 적기 전력화 반드시 이뤄져야”
방사청 “국익에 최선 되도록 협의… 인니 분담금 납부계획 검토 중”
지난달 1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행사장에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에 대한 사업타당성 조사에서 첫 생산량을 당초 계획 대비 40대에서 절반인 20대로 줄여야 한다는 잠정 결론이 나온 것으로 전해지면서 군 안팎에선 KF-21 전력화 지연과 가격 경쟁력 약화 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일 방위사업청 등에 따르면 KF-21은 오는 2026~28년 기간 초도 물량 40대를 생산한 뒤 2032년까지 80대를 추가 양산해 총 120대를 공군에 인도한다는 계획 아래 개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돼왔다. 하지만 하지만 지난달 30일 공군과 방사청 관계자 등이 참석한 비공개 최종 토론회에서 ‘최초(초도) 물량을 40대에서 20대로 줄여야 한다’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사업타당성조사 잠정 결론이 공유되면서 관련 방산업체들과 군 안팎에선 사업 전망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 방산업체 및 항공업계는 " KF-21 개발은 한국 공군의 전력 강화와 국내 항공산업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추진됐다"며 "이번 물량 축소는 노후화된 F-4, F-5의 빠른 대체를 기다리고 있는 공군과 묵묵히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항공산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KF-21 개발 현황. 방위사업청 제공

KIDA 측은 KF-21 사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초도 물량 감축 의견을 제시했다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전했다. 당초 KF-21의 1대당 가격은 초도 양산 40대 기준으로 880억원대로 추산됐다. 그러나 20대가 되면 그 가격이 1000억원대로 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KF-21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향후 수출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게 군 안팎의 지적이다. 미국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의 경우 대당 가격이 946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성일종 의원은 "지금 우리 영공을 지키는 F-4, F-5 전투기 100대는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도태시킬 예정"이라며 "따라서 우리 공군 전투력 발휘를 위해서 KF-21 적기 전력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운용중인 F-4, F-5 전투기는 부품 수급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에 비해 KF-21은 부품 국내 생산이 가능하기에 우리 전력 가동율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밝혔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 이번 물량 축소 잠정결정은 노후화된 F-4, F-5의 빠른 대체를 기다리고 있는 공군과 묵묵히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항공산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며 "대내외적으로 KF-21의 안정적 개발과 수출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정부기관이 성공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물량을 축소한다는 것은 KF-21은 물론 국가 차원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최초 양산 물량이 20대로 줄어들고 후속 물량 결정이 지연될 경우, 공군의 전력 공백은 물론 업체들의 생산 공백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체계통합업체인 KAI와 연계된 방산업체 관계자는 " KAI를 포함한 500 여개의 협력업체들은 선투자 시설·생산라인 유지에 따른 추가비용 발생과 유휴인력 발생 등이 우려된다"며 "현재 업체들은 40대 물량을 기준으로 재료비 등 협상을 추진하고 있어, 20대 축소 시 항공기 제작 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정부의 대규모 추가 예산이 소요되며, 이는 불필요하게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방위사업청도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방사청은 KF-21 ‘보라매’의 초도 생산물량이 당초 계획대비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국익에 최선의 결론이 도출될 수 있도록 협의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형근 방사청 부대변인은 지난달 31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KF-21은 현재 정상 개발 중에 있고, 2024년부터 양산 착수를 하기 위해서 사업타당성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며 "방사청은 추가 논의 등을 통해 국익에 최선의 결론이 도출될 수 있도록 협의를 해 나갈 예정이며, KF-21을 적기 전력화하고 항공기가 가격 및 성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KF-21을 오는 2026~2028년 초도 물량으로 40대를 생산한 뒤 2032년까지 80대를 추가 양산, 총 120대를 공군에 배치할 계획이다. 최초물량이 반토막 나면 전체 전력화 계획에도 차질이 생갈 수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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