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방위 압박에 사면초가… 시험대 오른 카카오 김범수 리더십
김범수식 ‘형님 리더십’ 韓 정서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외부서 검증된 전문경영인이 회사 경영 맡아야”
카카오가 정부로부터 전방위 압박을 받으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창업 후 ‘형님 리더십’으로 승승장구했던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양적인 측면보다 질적인 측면 성장이 필요한 시점”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불릴 만큼 문어발 경영과 허술한 리스크 관리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10년 창립한 카카오는 ‘무료 문자메시지’를 제공하는 카카오톡을 시작으로 금융·게임·모빌리티·콘텐츠 분야에서 다양한 생활편의 플랫폼을 개발해 고속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거느린 계열사 규모가 SK그룹 다음으로 많아졌다.
최근에는 일부 카카오 계열사들이 인수와 구조조정에 따른 잡음뿐 아니라 스타트업 아이디어 도용 의혹으로 송사에 휘말리고 있다. 현재 검찰,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주요 사정 기관은 카카오와 관련한 여러 의혹에 대해 조사 및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계열사 수가 늘어난 것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실제 작년 초부터 올해 2월까지 계열사 수는 138개에서 126개로 감소했다. 그러다 올해 SM엔터 인수 이후 144개로 증가했다. SM엔터 산하에는 수많은 레이블(음반 브랜드) 자회사가 있다. 대형 기획사가 레이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음반 제작자의 독립성과 개성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다. 하이브도 산하에 뉴진스로 유명한 어도어 등 10여개의 레이블을 두고 있다.
카카오는 내수 기업 꼬리표를 떼고 해외 사업 강화를 위해 SM엔터를 인수했고, 인수 과정에서도 시세조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최근 불거진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의혹 건도 삼일·삼정·한영 등 대형 회계법인들로부터 회계 감사를 받아 왔으며, 적정 의견을 받아왔다는 입장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카카오의 문제는 성장의 조바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며 “조급한 결정으로 여러 분야에 손을 대게 됐고, 결과적으로 회사의 신뢰가 떨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카카오가 가진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에서 양적인 측면보다는 질적인 측면에서의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김범수, 공동체 회의 열고 경영 쇄신 착수
김범수 센터장의 리더십은 흔히 ‘형님 리더십’이라고 표현된다. 카카오는 재벌과 달리 ‘공동체’라는 말로 그룹을 표현할 만큼 수평적 리더십을 지향하고 있다. 카카오를 포함해 주요 계열사 대표를 역임한 상당수가 김 센터장이 창업 초기부터 함께한 멤버들이다.
김 센터장은 이들에게 회사를 맡기고 사실상 두문불출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사 방식이 도리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오너가 경영 전면에 나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책임을 지는 한국식 정서에 맞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카카오에 위기가 생길 때마다 김 센터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영 복귀설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카카오의 조직 문화와 리더십 체계에 변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김 센터장은 지난달 30일 직접 공동체 회의를 열고 외부 통제 강화를 통한 경영체제 쇄신에 착수했다.
김 센터장은 이날 회의를 통해 “최근 상황을 겪으며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더 강화된 내외부의 준법경영 및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공동체 전반의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계열사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산하에 외부 인력으로 구성된 감사 기구를 마련, 각 계열사의 준법 경영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공동체 회의도 매주 월요일마다 열고 이에 대한 실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관리가 느슨해진 계열사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준법경영 실태 점검 기구가 마련되면 카카오는 신사업이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경우 사회적 영향에 대한 외부 평가를 받게 된다. 신사업이나 투자까지 외부 통제를 받겠다는 것은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다. 국내 대기업 중에는 삼성이 최초로 외부에 별도 준법감시 기구를 설치한 바 있다. 2020년 2월 독립적 권한을 가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주요 7개 계열사의 준법 의무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김 센터장이 앞장서서 골목시장 업종에서 철수하고, 몇몇 핵심 분야에 집중해 글로벌 도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용식 교수는 “회사 경영을 측근이 아닌 외부에서 검증된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극약 처방이 이뤄져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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