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는 왜 고래처럼 치고 올라 KBS 주말극 잡아먹을 기회를 놓친 걸까

박생강 칼럼니스트 2023. 11. 1. 16:1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신생 채널 ENA는 우려와는 다르게 지금까지 드라마의 폼이 괜찮다.

게다가 개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ENA는 ENA표 드라마라는 것을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런 면에서 ENA의 주말드라마 신생 편성은 나름 기대가 되는 부분이 있기도 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악인전기> 는 1%도 채 안 되는 시청률로 시작했고 결국 ENA는 일월드라마는 '뭥미?'스러운 편성으로 서둘러 스텝을 바꿨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악인전기’, ENA 왜 굳이 이 드라마를 그 시간에?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신생 채널 ENA는 우려와는 다르게 지금까지 드라마의 폼이 괜찮다. 일단 개국 초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시작으로 <신병>까지 히트작을 내면서 시청자의 시선을 잡았다. 이후에도 <남남> 같은 소소한 히트작을 냈으며 최근 종영한 <유괴의 날>은 작품성과 재미를 모두 잡은 흔치 않은 작품이었다.

게다가 개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ENA는 ENA표 드라마라는 것을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스케일이 화려하고 때론 잔인한 장르물이 범람하는 시점에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가족의 관계를 성찰하는 드라마를 편성한다는 점이 그것이었다. 그것도 낡은 방식이 아니라 꽤 신선하고 유쾌한 코드로 풀어낸 이야기들이었다.

자폐스펙트럼 천재 변호사 우영우를 내세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그 대표작일 것이다. <남남>은 2023년 현재 모녀의 관계를 쿨하게 풀어가는 데 성공했다. <신병>은 남자를 추억에 잠기게 하는 드라마가 별로 없는 지금 많은 남성들을 불러 모은 그러면서도 여자들도 군대 이야기에 함께 웃게 만드는 콘텐츠였다.

그런 면에서 ENA의 주말드라마 신생 편성은 나름 기대가 되는 부분이 있기도 했다. 전통적인 주말드라마의 특성이 사실 홈드라마 형식의 소박한 가족 이야기가 중심이 아니던가? 게다가 KBS 주말드라마가 힘을 못 쓰는 상황에서 같은 시간대에 신선한 가족극 형식의 미니시리즈로 붙어 봐도 화제성 면에서 승산이 있을 것도 같았다.

하지만 ENA는 온갖 드라마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주말 밤에 그것도 가장 전형적인 장르극인 <악인전기>를 편성했다. <악인전기>는 생계형 변호사 한동수와 유성파 조직 이인자 서도영(김영광)이 만나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다. <악인전기>에는 서도영을 축으로 불법 도박, 조직폭력 등 다양한 범죄들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아마도 극이 전개되면 한동수와 서도영의 버디무비, 혹은 두 사람의 속고 속이는 대결로 흘러가거나 하지 않을까 싶다.

<악인전기>에는 분명 장점이 있다. 영상은 담백하면서도 세련되게 잔인해서 잘 만든 영화를 보는 듯한 영상미가 있다. 신하균의 처절하고 소심한 소시민 여기는 아는 맛이지만 여전히 감탄을 부르는 맛이다. 악의 축 서도영으로 등장한 배우 김영광도 그의 연기가 물이 오른 느낌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 저녁에 <악인전기>를 굳이 골라서 보고 싶은 그런 마음은 별로 없다. 일단은 비슷한 장르물들이 많이 있었고, 또 과하게 잔인한 이야기를 주말을 정리하면서까지 시청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 것이다. 주말에는 가족들과 둘러앉아 맛있는 거 먹으며 부담 없이 TV를 틀어놓고 싶거나, 혹은 혼자 자취방에서 식은 닭다리 뜯으며 봐도 훈훈하고 따스하고 기분 좋아하지는 드라마를 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악인전기>는 1%도 채 안 되는 시청률로 시작했고 결국 ENA는 일월드라마는 '뭥미?'스러운 편성으로 서둘러 스텝을 바꿨다. 물론 그 바뀐 스텝이 영리한 스텝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것보다는 애초에 처음부터 주말극과 어울리고 ENA의 성격과 잘 맞는 가족극이나 청춘극 형태의 드라마를 찾아 편성하는 게 영리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혹은 장르물이라도 째고, 찌르고, 피 나고 이런 드라마 말고 좀 더 스마트하거나 코믹한 방식의 추리물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 뭐 예를 들어 <김수미의 추리극장> 같은. 게다가 새로 시작했지만 여전히 아는 맛인 KBS 주말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은 애초에 너무 밍밍해서 답답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주말 8시에 ENA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고래처럼 치고 들어오기 딱 좋은 타이밍 같은데 말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ENA]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