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매운 맛 사랑 사로잡을 빨간 맛 대결 [떴다! 기자평가단]
음식을 평가하는 데 왕도(王道)는 없다. 사람들이 음식을 접하면서 느끼는 맛과 향, 그리고 추억이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특히 매운맛은 그 편차가 더욱 심하다.
매운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해소, 해장 등 다양한 이유로 끝없이 도전한다. 심지어 외국인들이 한국의 매운맛에 도전하는 챌린지까지 온라인상에 널리 퍼져 있을 정도다. 반면 매운 냄새만 맡아도 재채기를 하는 '맵찔이'들에게 매운맛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화생방 훈련의 메케함과 다름없다. '맵찔이'라면 이번 기사는 그냥 보지도 말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이번 평가는 국내 라면 4사의 매운맛 라면 대전이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보내온 평가를 보니 먹지 않아도 전달되는 매운맛에 손끝이 따갑다.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매운맛 라면은 오뚜기 마열라면이었다. 평가단 대부분이 마열라면의 마늘 맛에 후한 점수를 줬다. 마열라면은 1996년 출시된 '열라면'에 마늘과 후추를 더해 만들어졌다. 깔끔한 매운맛이 특징인 열라면에 알싸한 마늘과 톡 쏘는 후추까지 더한 것이 특징이다. 마열라면에는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자란 마늘과 입자가 굵은 후추를 동결건조한 '마늘후추블록'이 들어 있다.
개인 최고점을 준 김금이 기자는 "비교군 중 가장 덜 맵지만 국물을 잘못 삼키면 엄청난 고통을 느낄 수 있다"면서 "국물이 시원하고 감칠맛이 나 입맛이 싹 돌고 양파 블록이 들어가 시원한 맛이 난다"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는 "마늘 맛이 달콤해 새로운 매운맛을 잘 구현한 느낌"이라며 "'맵단짠'이라는 별도 영역을 개척해 편하게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홍주 기자는 "후첨스프를 넣지 않으면 평범한 라면인데, 넣고 나면 매운맛도 강해지면서 마늘향이 풍부해진다"면서 "누가 더 매운지로만 경쟁하는듯한 라면들 사이에서 공들여 끓인 라면을 먹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2위는 팔도 '틈새라면 빨계떡'이 차지했다. 이 제품은 매운맛에 강한 자와 약한 자의 평가가 크게 엇갈렸다. 틈새라면 빨계떡은 스코빌지수 1만SHU에 달하는 제품으로 1981년 문을 연 명동의 빨계떡 메뉴를 제품화한 것이다. '빨계떡'이란 빨간 국물과 계란, 떡의 줄임말이다. 2017년 국내 시판 제품 중 가장 매운 라면에 등극한 바 있다.
개인 최고점을 준 이효석 기자는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듯, 매운 라면도 해본 놈이 잘한다"며 "틈새라면의 명성에 걸맞은 맛"이라고 평했다. 또 "특별한 미사여구 없이 매운 스프 맛 하나로 진검 승부를 하는 듯 보였고, 매운 라면 중 가장 맛있다"고 말했다. 박홍주 기자도 개인 최고점을 주면서 "수많은 매운맛 라면이 있지만 국물라면 중에서 가장 표준적인 깔끔한 맛"이라고 평했다.
반면 '맵찔이'들 평가는 저조했다. 김금이 기자는 "처음 먹을 땐 국물에서 달달한 맛이 느껴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매운맛이 많이 올라온다"면서 "처음 한 숟가락은 맛있게 느껴지는데 먹을수록 유독 걸쭉하고 밀가루 맛이 많이 난다"고 평했다. 김규식 기자는 "국물 자체에 별다른 첨가물이 없어 매운맛으로만 승부를 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3위는 농심 신라면의 매운맛을 강화한 '신라면 더 레드(The Red)'였다. 평가단 전원에게 개인별 최하점을 받지 않은 유일한 제품이었다. 신라면의 후광을 입었다는 평가다. 신라면 더 레드는 스코빌지수가 7500SHU로 기존 신라면 3400SHU의 2배가 넘는다. 청양고추 양을 늘려 매운맛의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소고기와 표고버섯 등 진한 육수의 감칠맛을 내는 재료를 보강함으로써 깊고 진한 국물 맛도 한층 살렸다. 후첨양념분말에 신라면 고유의 감칠맛과 잘 어울리는 청양고추·후추·마늘·양파 등 향신 재료를 넣어 색다른 매운맛을 구현했다. 건더기는 표고버섯과 청경채 등 양을 기존 신라면보다 2배 이상 늘렸다.
김금이 기자는 "눈 감고 먹어도 신라면인 걸 알 정도로 비슷한 맛인데 맵기가 더해졌다"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는 "깔끔한 매운맛이 '매운맛 마니아'에게 호평을 받을 것으로 보이나 '새로운 매운맛'을 보여주는지에는 물음표가 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의 매운 국물라면 '맵탱 마늘조개라면'은 틈새라면 빨계떡과는 반대로 매운맛에 강한 자와 약한 자의 평가가 엇갈렸다. 맵탱 마늘조개라면은 속이 풀리는 알싸한 매운맛이 특징이다. 바지락과 홍합을 활용한 조개 육수를 기본으로 새우와 오징어를 넣어 시원하면서도 개운한 국물을 완성하고 마늘의 알싸한 매운맛과 풍미를 담았다.
김금이 기자는 "먹자마자 조개향이 물씬 나고 시원하고 매콤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면서 "혀가 얼얼하게 맵지만 불닭볶음면보단 덜하고 끓일 때부터 국물이 매우 빨갛고 매운 향이 코를 찌른다"고 말했다. 또 "면이 오동통하고 쫄깃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다른 라면에 비해 건더기가 부족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김규식 기자는 "적당히 매우면서도 조개국물 맛이 아주 시원해 일품"이라면서 "해장용 라면으로 호평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깔끔한 맛"이라고 평했다.
박홍주 기자는 "면발이 가장 탱탱하고 꼬들꼬들한 식감이 살아 있었다"면서 "마늘과 조개 향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조개의 해산물 향이 강하게 느껴져 마늘의 존재감이 약하다"고 평했다.
이효석 기자는 "마늘의 알싸함과 조개향이 물씬 느껴진다"면서 "홍합탕 같은 느낌으로 술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안주용으로 적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안병준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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