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점점 산으로 가는 FIFA 월드컵…사우디의 2034년 개최지 선정 '답정너'였다

윤진만 2023. 11. 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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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022년 카타르 '겨울' 월드컵은 어쩌다 한번 찾아온 '해프닝'이 아니었다. 12년만에 또 겨울월드컵이 예정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34년 월드컵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사실상 확정하면서다.

잔디 인판티노 FIFA 회장은 1일(한국시각) 개인 SNS를 열어 2034년 월드컵이 '아시아(사우디)'에서 열린다고 발표했다. 2034년 월드컵 개최지 후보로 거론된 호주가 개최국 신청 마감일인 10월 31일까지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사우디가 단독 후보로 남았다.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11년 뒤 사우디의 겨울 월드컵은 확정적이다.

사우디의 월드컵 개최는 '답정너'였다. 인판티노 회장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 현장에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대동했다. 현지 언론은 인판티노 회장과 빈살만 왕세자의 동행에 주목하면서 2018년부터 대대적으로 스포츠에 투자하는 사우디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건 '시간 문제'라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정부 차원에서 축구 클럽과 인프라 시설에 엄청난 자금을 투입했다.

압둘아지즈 빈 투르키 알 파이살 사우디아라비아 체육부장관은 성명을 통해 "2034년 FIFA 월드컵을 개최하는 것은 세계 스포츠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겠다는 우리의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국가 변혁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022년 역사상 처음으로 중동 국가에서 월드컵을 개최한 FIFA는 2026년 월드컵 개최지로 북중미(미국, 캐나다, 멕시코), 2030년 월드컵 개최지로 아프리카(모로코)와 유럽(포르투갈, 스페인) 대륙을 선정했다. 2026년부턴 참가팀을 기존 32개팀에서 48개팀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2030년엔 FIFA 100주년을 기념해 남아메리카(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서도 경기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보통 1개 대륙 1~2개 국가에서 열리던 월드컵이 3개 대륙 6개 국가에서 48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게 됐다. 지구촌 최대 축구제전이 전혀 다른 형태로 변하고 있다.

그러면서 2034년 월드컵 개최 대륙으로 아시아 혹은 오세아니아로 못을 박았다. 올해 여자월드컵을 개최한 호주가 오세아니아 역사상 첫 월드컵 개최를 선언했다. 하지만 사우디와 호주는 체급차가 심해 경쟁이 될리 만무했다. 게다가 FIFA는 2030년 개최지를 발표한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은 10월31일을 2034년 월드컵 개최지 신청 기한으로 정했다. '국가사업'인 월드컵 개최를 한달만에 뚝딱 결정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결국 2034년 개최 대륙으로 아시아, 오세아니아로 정한 건 사우디의 개최를 염두에 둔 '빌드업'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호주는 예견된 수순처럼 포기 버튼을 눌렀다. 제임스 존슨 호주축구협회 CEO는 앞서 "(2034년 월드컵 유치가)호주에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다. 사우디가 엄청난 비드를 넣었다. 사우디는 많은 자원을 보유했다. 그들과 경쟁하기 어렵다"며 개최지 입찰 포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리고 인판티노 회장은 2024년 12월쯤 발표할 예정인 2034년 월드컵 개최지를 1년여 앞당겨 발표를 해버렸다. 호주축구협회는 2026년 여자아시안컵, 2029년 클럽월드컵 개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일 (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H조 최종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가 진행됐다. 포르투갈을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알라이얀(카타르)=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2.03/

사우디의 월드컵 개최 소식은 곧바로 인권운동가의 반대에 부딪혔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사우디에 월드컵 개최권을 부여하는 건 FIFA의 인권 보장 약속이 거짓임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의 국제적 위상은 2018년 정부를 비판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사우디는 지난해 인권 침해, 여성 권리 침해, 동성애 범죄화, 표현의 자유 제한, 예멘 내전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인권운동가들은 사우디 정부가 국제적 위상, 평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스포츠를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소위 말하는 '스포츠워싱(스포츠를 통한 이미지 세탁)'이다. 국제엠네스티는 FIFA가 개최지 선정 이전에 해당 국가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달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스포츠워싱으로 내 GDP가 1% 정도 증가한다면, 나는 계속 스포츠워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언론 '알자지라'는 사우디가 2027년 남자 아시안컵도 개최할 예정이라면서 이에 발맞춰 경기장을 건설하고 개조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FIFA가 '오일머니'의 맛을 본 이상, 앞으로 제2의 한일월드컵, 남아공월드컵 등이 재현될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중동 국가와 자금력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면, 한국의 두 번째 월드컵 개최는 언감생심이다. 12년만의 겨울 월드컵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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