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 의도 없어”, 거침없던 김원형 감독 경질 과정…‘세대교체’ 행보에 나타날 SSG의 본심

배재흥 기자 2023. 11. 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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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원형 감독. 정지윤 선임기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전혀 아니었다.”

SSG는 지난 31일 오후 1시15분에 구단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들에게 김원형 SSG 감독과 계약 해지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몇 시간 뒤 수원에서는 NC-KT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지난해 우승팀 감독이 재계약 첫해를 마치고 경질됐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야구계 화두로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가을 잔치’에 쏠렸던 이목도 분산됐다. SSG 측도 이 같은 우려를 잘 알고 있었다. SSG 관계자는 스포츠경향과 통화하며 “플레이오프를 진행하는 와중에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발표 시기를 고심했지만, 보안 등 문제로 빠르게 진행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SSG가 김원형 감독을 경질하기로 하고, 그 사실을 발표한 과정을 보면 상당히 급박했다는 인상을 준다. 지난달 27일 회의에서는 “큰 폭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경질 통보 전날인 30일 회의에서는 “더 과감하게 큰 폭으로 하자”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이는 김 감독과의 결별을 의미했고, 다음 날 민경삼 대표이사 보고까지 신속하게 이뤄졌다. 지난해 팀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이끌고, 올해도 준수한 성적(정규시즌 3위)을 거둔 감독을 구단에서 내보내는 데까지 5일이면 족했다. 김 감독은 3시즌 간 팀을 이끌며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던 선수단과 제대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고 쓸쓸하게 짐을 쌌다.

SSG 김원형 감독. 정지윤 선임기자



성적이 경질의 주된 이유였다면 SSG의 빠른 의사 결정이 이해된다. 그러나 SSG는 “단언컨대 성적으로 인한 계약해지는 절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세운 명분이 ‘세대교체’다. 익히 알고 있듯 올 시즌 SSG는 가장 노쇠한 구단이었다. 베테랑 의존도가 높았던 김 감독의 용병술에 대한 비판도 물론 있었다. 반대로 이번 시즌 팀 마운드에 송영진(19)과 이로운(19)이라는 씨앗을 뿌린 것도 김 감독이다.

이런 공과를 떠나 김 감독과 작별한 SSG는 구단의 방향성과 철학에 부합하는 신임 감독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코치진 개편도 진행된다. 김민재, 정상호(이상 롯데), 정경배(한화), 조웅천(두산) 코치는 이미 팀을 떠났다. 추가로 SSG는 채병용 투수코치, 손지환 수비코치, 곽현희 트레이닝코치, 퓨처스팀(2군) 박주언 투수코치, 류재준 컨디셔닝코치와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선수단 정리도 당연한 순서다. 구단은 이미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리그 최고령 추신수(41)와 동갑내기 김강민을 만났다.

김 감독을 경질한 SSG의 본심은 앞으로의 행보를 통해 정확히 알 수 있을 듯하다. 세대교체라는 명확한 목표 의식에 걸맞은 감독과 코치진, 선수단 구성이 뒤따라야 구단이 언급한 명분에도 설득력이 생긴다. 거침없었던 경질 과정이 미래를 내다본 구단의 절박함 때문인지, 혹은 다른 힘이 작용했는지 지켜볼 일이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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