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의 와인 이야기] 나파밸리 개척한 카우보이 … 아버지의 고집이 담긴 한 병
창업자 레이 던컨 헌정 와인
해병대 입대후 한국전 참전
석유·스키리조트 사업하다
1972년 와이너리 뛰어들어
포도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
미국산 오크통 숙성 고집
'가장 미국적인 와인' 평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 실버 오크 셀러스(Silver Oak Cellars)의 소유주인 데이비드 던컨 대표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실버 오크'는 한국 와인 애호가들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와인입니다.
실버 오크는 '가장 미국적인 와인'으로 통합니다. 실버 오크는 두 가지 원칙이 있는데 첫째는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 품종을 고집합니다. 둘째는 프랑스산 오크통 대신 미국산 오크통을 사용해 와인을 숙성시킵니다. 실버 오크는 카베르네 소비뇽 외에 소비뇽 블랑과 피노 누아로 만든 와인도 생산하는데 이들 와인은 '실버 오크' 대신 '투미(Twomey)' 브랜드를 사용합니다. 투미는 데이비드 던컨 대표의 할머니 이름입니다. 이 외에 '타임리스 나파밸리(Timeless Napa Valley)'란 브랜드가 있는데 스토리가 무척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타임리스 와인을 이해하려면 와인 병의 앞이 아니라 뒤를 봐야 합니다. 와인 병의 뒷면엔 'for Ray(레이를 위하여)'라고 시작되는 문구가 있습니다. 사실은 데이비드 던컨 대표가 직접 지은 노래 가사입니다. "당신이 찾으러 갔던 서쪽 하늘(중략)… 좋은 와인처럼, 다정했던, 그게 당신입니다. 영원히."
'레이'는 실버 오크의 공동창업자 레이먼드 던컨입니다.
레이먼드 던컨의 아들인 데이비드 던컨은 아버지의 85세 생일 선물로 '타임리스'라는 노래를 만듭니다. 타임리스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영원함을 의미합니다. 작사, 작곡을 하고 노래도 직접 불렀습니다. 레이먼드와 데이비드 던컨 부자는 생일이 10월 23일로 같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끝이 있게 마련입니다. 레이먼드 던컨은 85세 생일을 2주 앞두고 생을 마칩니다. 아들 데이비드 던컨이 아버지 레이먼드 던컨에게 헌정한 와인이 타임리스 나파밸리입니다. 타임리스 나파밸리는 레이먼드 던컨이 평소 좋아하던 나파밸리의 소다 캐니언 랜치라는 포도밭에서 만들었습니다.
실버 오크 창업자 레이먼드 던컨의 삶이 궁금해졌습니다. 그의 부고 기사들을 보면 카우보이 모자를 쓴 모습과 와인잔을 들고 있는 모습이 가장 많습니다.
미국 명문 노터데임(Notre Dame)대학을 졸업하고 해병대에 입대한 레이먼드 던컨은 한국전에도 참전합니다. 장교로 전역한 뒤 카우보이로 유명한 콜로라도에서 석유와 스키 리조트 사업으로 부를 일궜습니다.
그는 1970년 와이너리를 하는 대학교 친구들의 초청을 받아 나파밸리를 방문한 뒤 와인사업에 뛰어들게 됩니다. 후에 그는 지인들에게 "나파밸리는 봄에는 가지 마라. 너무 많은 땅을 사게 된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실버 오크 셀러스는 캘리포니아 알렉산더 밸리와 나파밸리의 포도밭에서 와인을 생산하는데 레이먼드 던컨이 매입한 첫 포도밭은 소노마 카운티 알렉산더 밸리에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알렉산더 밸리와 나파밸리의 구분이 없었다고 합니다. 미국 포도재배지역(AVA) 구분은 1983년에 도입됐습니다.
레이먼드 던컨은 크리스천 브러더사의 와인메이커 저스틴 메이어와 1972년 회사를 설립하고 나파밸리 오크빌(Oakville)의 낙농가를 구입해 포도밭으로 바꿉니다. 나파밸리를 남북으로 잇는 도로가 실버라도 트레일(Silverado Trail)이어서 와이너리 이름을 '실버 오크'로 지었다고 합니다.
실버 오크는 알렉산더 밸리에서 생산된 와인은 '실버' 라벨, 나파밸리에서 생산된 와인은 '블랙' 라벨을 사용합니다.
던컨 가문은 2001년 실버 오크 경영권을 모두 인수했고, 2006년 와이너리에 발생한 화재를 계기로 실버 오크는 친환경 양조장으로 재탄생합니다. 레이먼드 던컨은 자선사업도 많이 했습니다. 모교인 노터데임 대학의 남자 기숙사 이름이 '던컨 홀'입니다. 그의 기부금으로 지었습니다. 데이비드 던컨도 노터대임 대학을 나와 던컨 가족의 이름으로 현재 노터대임 대학 학생회관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타임리스'는 아버지를 떠올리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추억을 담은 와인입니다. 살아계신다면 아버지와 함께, 돌아가셨다면 아버지를 추모하며 마실 수 있는 와인이 타임리스입니다.
[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하늘서 ‘13억 돈벼락’ 쏟아졌다...1시간만에 4000명이 주워 - 매일경제
- “벤틀리 명품가방 다 돌려주고 싶다” 남현희에 강서구의원이 한 말 - 매일경제
- “다 벗어야 입장 가능합니다”…‘알몸’으로 90분간 즐긴 이곳, 어디길래 - 매일경제
- ‘50만원까지 이자 7% 지급’…파격금리 파킹통장 나왔다 - 매일경제
- “뼈까지 타들어간다”…이스라엘, ‘악마의 무기’ 백린탄 사용했나 - 매일경제
- “진짜 먹고 살기 힘들다”…차라리 경제지표 보지마라, 스트레스 쌓인다 - 매일경제
- 스타벅스 전세계 매출 1위 찍었던 ‘이 지점’…잠시 문 닫는다, 왜? - 매일경제
- “30년 재건축 기다릴 바에야”…강남 아파트 ‘이것’ 노린다는데 - 매일경제
- “이러니 BJ하려고 난리지”…한방에 3억7천만원 대박 난 여성BJ의 정체 - 매일경제
- 발롱도르 22위+수비수 1위 ‘괴물’ 김민재, AFC 올해의 해외파 선수 선정…손흥민 이어 2번째 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