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길위에 김대중' 민환기 감독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전 감독이라, 어떤 입장도 중요하지만, 영화가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재밌게 볼 수 있도록 만들려고 노력했죠."
김대중 전 대통령(1924∼2009)의 삶과 정치 역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을 연출한 민환기 감독은 1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길위에 김대중'은 김 전 대통령의 출생 100주년인 내년 1월 6일쯤 개봉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편집 등 마무리 작업 중으로, 다음 달 중순 시사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 영화는 전남 신안 출신으로 목포상고를 나와 사업을 하던 김 전 대통령이 정치의 큰 꿈을 품고 서울로 올라와 군사독재에 항거한 정치 역정을 다룬다. 1987년 6·29 선언으로 활동의 자유를 얻은 그가 16년 만에 광주를 방문하는 데서 영화는 끝난다.
민 감독은 "김 전 대통령이 정치인에서 투사로, 투사에서 사상가로, 사상가에서 다시 정치인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다루려고 했다"며 "그것이 지금까지 나온 영화들과 차이도 있을 뿐 아니라 제가 해석한 김 전 대통령에게 가장 가까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1987년) 이후 김 전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가는 다음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라며 후속작을 예고했다.
민 감독은 노회찬 전 의원의 삶과 정치를 그린 '노회찬6411'(2021)도 연출했다. 그는 "저는 정치를 잘 알고 관심이 있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다큐를 만들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며 "김 전 대통령에 대해 파고들고 공부할수록 이분이 굉장히 일관된 분이라는 인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777일의 미국 망명 기간 200회에 걸쳐 강연한 사실도 알게 됐다며 "미국에서도 계속 강연하고 한국의 민주화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사실이 놀라웠다"고 회고했다. 김 전 대통령이 미국의 보수 진영을 적극적으로 접촉해 한국의 민주화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려고 애쓴 모습에서도 민 감독은 감명받았다고 했다.
'길위에 김대중'은 김 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 등으로 구성됐다. 김 전 대통령이 미국 망명을 받아들이는 과정 등이 담긴 미공개 자료도 포함됐다.
이 영화의 기획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진백 김대중추모사업회 회장이 김대중평화센터에 김 전 대통령의 다큐 제작을 제안하고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승낙을 받으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정 회장은 2019년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접속'(1997), '공동경비구역 JSA'(2000),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등 흥행작을 내놓은 명필름에 손을 내밀었고, 이은 명필름 대표는 당시 남북 탁구 단일팀 다큐 준비작업을 함께하던 민 감독, 최낙용 시네마6411 대표와 김 전 대통령 다큐 제작에 합류했다. 최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역정을 그린 다큐 '노무현입니다'(2017)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 감독 외에도 이 대표, 최 대표, 정 회장,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 등이 참석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김 상임이사는 "파란만장한 질곡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김 전 대통령은 온몸으로 살았다"며 "(이 영화는) 한국 현대사를 돌아보고, 국민과 나라가 나아갈 길을 다시 찾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그는 지난 8월 18일 김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박정희,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들이 참석한 사실을 언급하고 "(관객들은 정치적 입장을 넘어) 미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데 공감하고 이 영화에 참여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여야 상관없이 정치인들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존경하고 인정하는 분"이라며 "많은 관객이 김 전 대통령을 알고, 그로부터 내일의 지혜를 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영화 상영위원회'도 발족했다. 위원장은 김 상임이사가 맡았다.
위원회는 내년 1월 극장 개봉과 동시에 전국 곳곳의 문화회관 상영 등을 추진하는 한편, 해외 교민 사회를 중심으로 외국 21개 도시에서도 상영할 계획이다. 멀티플렉스 상영관 확보 등을 위해 이날부터 한 달 동안 텀블벅 펀딩으로 후원도 받는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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