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따기 쉽고 재밌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생겼어요"
(서귀포=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베트남에서 영상 교육을 받고 제주에 직접 와서 감귤을 따 보니 쉽고 재밌어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1일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 있는 강애선(72) 씨 농장에서 감귤 따는 실습을 한 베트남 근로자 예티김꾹(39) 씨의 첫마디다.
그는 제주에 온 이유를 묻자 "경제적으로 임금이 베트남보다 낫고, 또 감귤 재배 기술을 배우고 베트남에 돌아가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왔다"고 대답했다.
예티김꾹 씨를 포함한 베트남 남딩성 여성 근로자 25명과 남성 근로자 16명 등 41명은 제주의 첫 외국인 근로자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으로 하루 전 제주에 도착했다.
일행은 5개월 동안 체류할 수 있는 E-8 비자를 받았다. 이달 중순에 9명이 추가로 들어오면 총 50명으로 늘어난다.
이들은 6.8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 남딩성 현지 모집 때 총 341명이 신청했다.
제주공항에 도착한 이들은 곧바로 계절근로자 운영 기관인 위미농협이 있는 위미리로 이동해 숙소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이날 아침 9시부터 위미농협 농산물유통센터에서 기본 교육을 받고, 오후에 감귤 따기 실습도 했다.
이들은 2일 오전 위미농협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오후에 외국인등록증을 받기 위한 필수 과정인 마약 검사를 받는다. 이어 3일부터 곧바로 감귤 수확 현장에 투입된다.
위미농협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외국인 근로자 이용 신청을 받은 결과 1차 15일까지는 전체 외국인 근로자의 50% 수준만 접수됐고, 2차 16∼30일 신청은 100% 완료됐다.
김은주 위미농협 경제상무는 "아무래도 감귤을 수확할 때 상처가 나거나 하면 쉽게 부패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숙련도가 떨어지는 외국인 근로자를 쓰려는 농가들이 조금 적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위미농협은 15일 단위로 신청받아 농가당 1일 최대 남자 1명, 여자 3명을 선착순으로 임의 배정하고, 여유 인력이 있으면 희망 농가에 추가로 배정하기로 했다.
만약 농가 배정을 받지 못한 근로자가 있으면 위미농협 유통사업소에서 단순 작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들 베트남 근로자의 임금은 남자 11만원, 여자 7만5천원이다.
현재 서귀포시 지역 감귤 수확 일당이 남자 15만원, 여자 9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농가들의 인건비 지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노지 감귤 3만3천㎡, 하우스 감귤 3천300㎡를 하는 강성민(59) 씨는 "현지인들은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하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는 돈을 줘도 사람을 구하기가 참 어렵다"며 "이렇게 적은 비용으로 인력을 쓸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반겼다.
그는 "여자인 경우 귤을 따는 숙련도가 낮겠지만 곧 익숙해질 것이고, 남자는 수확한 귤을 나르는 일을 하게 될 텐데 그런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미농협은 지역에 있는 민간 숙박시설 2곳과 계약해 근로자들을 성별로 나눠 공동숙소로 이용하도록 하고, 농가들이 해당 숙소에서 근로자들을 현장으로 직접 데려가도록 했다.
위미농협은 이들 베트남 근로자의 농작업 상해보험 가입을 지원하고, 매월 1회 근로자 고충 상담을 위한 간담회를 하며, 휴무 때 개인 취미 활동도 지원한다.
라이하남 베트남 남딘성 지방고용노동센터장은 "지원자들의 건강 상태나 불법 체류 가능성 등을 점검하며 근로자들을 선발했다"며 "감귤 따는 영상을 보여주며 교육도 하고, 간단한 한국말과 문화 교육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딩성에서 노동자들이 급여로 월 50만∼70만원의 한국 돈을 받는데 여기서 월 240만원 이상 받는다면 많이 버는 것"이라며 "계속해서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골라서 보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위미농협은 올해 운용 결과를 토대로 내년에는 숙련도가 높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다시 초청할 계획이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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