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강화한다더니···해외 대사관 연이어 폐쇄하는 북한
대북제재로 현지 외화벌이 ‘한계’
북한이 최근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에 있는 공관을 연이어 철수시키고 있다. 고강도 대북제재로 해외 공관의 외화벌이가 어려워지며 재정난이 가중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스페인인민공산당(PCPE) 홈페이지를 보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은 마드리드에 있는 공관을 철수한다는 내용의 외교 문서를 지난달 26일 PCPE에 보냈다. 스페인 관련 업무는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이 맡게 된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이 해외 공관을 잇달아 폐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아프리카 앙골라 주재 북한 대사가 앙골라 대통령을, 지난달 23일 아프리카 우간다 주재 북한 대사가 우간다 대통령을 ‘작별 방문’해 공관 폐쇄를 알렸다.
홍콩 주재 북한 총영사관은 지난달 중국 측에 폐쇄 계획을 전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고 중국 당국은 이를 공식 확인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북한의 홍콩 주재 총영사관 폐쇄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파악된 북한 해외 공관은 대사관·총영사관·대표부 등 총 53개다. 스페인·앙골라·우간다 주재 대사관과 홍콩 주재 총영사관이 폐쇄되면 49개로 줄어든다.
북한이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시행한 국경 봉쇄를 지난 8월 사실상 해제하며 대외 교류를 본격화하려는 상황과 결이 달라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반미 연대’ 차원에서 외교 활동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 공관 철수는 국제무대에서 각종 활동이 제약된 북한 정권의 현실을 나타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로 공관의 외화벌이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어 더는 공관을 유지하기 어려워 철수하는 거로 보인다”며 “전통적인 우방국들과의 최소한의 외교 관계를 유지하기 벅찬 북한의 경제 사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해외에 체류하는 북한 외교관들은 현지에서 외교관 특권을 활용한 불법적인 경제 활동으로 공관 운영 자금을 마련하고 수입 일부를 본국에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2019년 탈북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대북제재 여파가 2019년 가시화되면서 같은 해 7월쯤 일부 대사관 등 해외 공관을 폐쇄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미 있었다”며 “제재로 인한 재정 고갈로 외화를 보장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최근 상황을 평가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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