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분절화 심화시 한국 수출 최대 10% 준다…"시장 다변화 시급"
주요국들이 두 블록으로 나뉘어 블록간 무역장벽이 강화되고 블록 내에서도 보호무역조치가 시행되는 등 분절화가 심화하면 우리나라의 수출이 최대 10% 가량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공급망을 확충하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윤용준 한국은행 국제무역팀장은 1일 한은 다목적 컨퍼런스홀에서 '글로벌 무역 파고 어떻게 극복하나'를 주제로 한은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미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분절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한은은 글로벌 교역 분절화에 따른 3가지 시나리오 분석을 실시했다. 미국과 EU(유럽연합)가 산업·무역정책 등을 통해 각각 전기 및 운송장비 산업의 자급률을 높이는 '제한적 분절화', 주요국들이 두 블록으로 나뉘어 블록간 무역장벽이 강화된 상황을 '분절화 심화'로 구분했다. 블록간 무역장벽이 강화되지만 블록내 장벽은 완화되는 상황은 3번째 시나리오로 가정했다.
우선 '제한적 분절화' 상황 아래서는 글로벌 수출이 약 2% 감소하는 동안 한국 수출은 3.3% 줄어들 것으로 봤다. 주요 선진국들이 반도체, 자동차 등 산업 자급률을 높임에 따라 한국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다.
두번째 '분절화 심화'상태에선 우리나라 수출이 최대 9.8% 쪼그라들 것으로 추정됐다. 글로벌 수출 감소 전망치(4% 내외)보다 감소폭이 훨씬 크다. 특정 국가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럴 경우 특히 화학, 기계, 전기 등 수출 감소폭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마지막 '블록간 분절화 심화, 블록내 무역장벽 완화' 상황에선 우리 수출이 3.5%, 글로벌 수출은 2% 중반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은은 이같은 글로벌 교역환경 변화가 앞으로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우리 수출은 여전히 일부 국가 및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수입의 경우에도 이차전지 등 주요 산업 핵심 원자재 대중 의존도가 큰 상황이다. 하지만 2010년대부터 동남아 등으로 생산거점과 수출시장을 다변화해왔으며 반도체, 전기차, 이차전지, 바이오 등 미래 핵심산업에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윤 팀장은 "앞으로도 글로벌 분절화 흐름은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글로벌 및 우리 경제에 주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공급망을 확충하는 등 글로벌 교역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근본적으로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 기조연설자로 나선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도 △성잠잠재력 하락 △소득과 부의 불평등 지속 △고물가·금융불안정이란 3중고를 겪고 있는 한국 경제 반등을 위해선 인적자원, 기술, 제도·정책의 종합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지경학적 목표 달성을 위해 경제수단을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며 대외적으로 무역과 외국인 직접 투자가 우호적인 국가로 집중되고 그 결과로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경제와 안보의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역시장 다변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산업구조 고도화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육성 등 무역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경제 안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이 교수 생각이다.
아울러 이 교수는 "인구구조가 급속하게 변하면서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지만 인구 감소 자체가 경제의 운명을 결정하지 않는다"며 "노동절약형 기술 발전, 1인당 소득 및 삶의 질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진 이창용 한은 총재와 대담에서 "물론 아이를 많이 낳고 잘 키울 환경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전제하면서 "새로운 기술과 사람 기반의 경제모델로 모두를 행복하게 할 강대국, 일본과 독일과는 다른 선진국 모델에 도전해 볼 시기가 왔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고령화'가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인구가 주니까 젊은 사람들의 생산성을 높여 창의적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노인을 봉양하는 사회자본이 충분하지 않다"며 "우리나라는 유교문화가 있고 부모 입장에선 자식이 도와줄 거란 기대도 있다"고 했다.
이어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개혁을 하더라도 (고령화에 따른 노인 봉양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려울 수 있다"며 "해외 노동자를 들여와 노인 봉양 등 분야에 써야 할텐데 뭐를 해야 하는지는 다 아는데 아규(argue·논쟁)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구조 개혁 시급성을 강조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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