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감귤 따러 왔어요"…팔 걷은 제주 첫 외국인 공공 계절근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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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하늘에 따스한 가을볕이 내리쬐던 1일 오후 2시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의 한 감귤밭.
남원읍 신례리에서 약 3만6000㎡ 감귤밭을 일구고 있는 강성민씨(59)는 "돈을 더 준다고 해도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외국인 계절근로자여도 저렴하게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돼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5개월이 아니라 1년 내내 사업이 추진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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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큰 도움 기대" 환영…몽골·캄보디아 확대 추진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감귤 따러 제주에 왔어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청명한 하늘에 따스한 가을볕이 내리쬐던 1일 오후 2시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의 한 감귤밭.
샛노랗게 영근 감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이 곳을 찾은 베트남인 츠언 티 으옥 히엔(TRAN THI NGOC HIEN·26·여)은 50년 경력의 베테랑 농부 강애선씨(72·여)의 교육에 따라 하나둘 감귤을 따 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다.
감귤 수확 일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아 서투른 손길이었지만 태도만큼은 더없이 진지했다. 어떻게 하면 감귤에 상처를 입히지 않고 딸 수 있는지 묻기도 하고, 함께 자리한 고국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며 토론 아닌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영상으로 교육을 받고 왔는데 직접 해 보니 정말 재밌다"면서 "앞으로 일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그를 비롯해 이날 이 곳을 찾은 베트남인 41명(남 16·여 25명)은 다름 아닌 제주에 처음 배치된 외국인 공공형 계절근로자들이다.
공공형 계절근로자는 농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선정한 지역농협과 근로계약을 맺고 신청 농가에 파견되는 이들을 말한다. 농촌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도입했다. 보조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농가는 현재 15만원 수준인 인건비를 11만원만 지출하면 되는 구조다.
서귀포시와 제주위미농협은 지난달 베트남 난딘성에서 서류심사와 면접·체력시험을 실시해 이 공공형 계절근로자들을 선발했다.
50명 모집에 342명이 지원해 6.82대 1의 경쟁률이 기록될 정도로 선발 과정은 치열했다.
면접 때는 신체 조건, 건강 상태는 물론 향수병이 우려돼 미취학 자녀 유무까지 확인했고, 체력시험에서는 20㎏ 무게의 컨테이너를 들고 여자는 5m, 남자는 25m를 빨리 오갈 수 있는 사람만 통과시켰다.
전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합격자들은 이날 현장 실습과 함께 기초 농작업과 한국 문화, 기초생활법률, 산업안전보건 등의 교육을 받은 뒤 바로 2일부터 5개월간 수확기를 맞은 감귤농가에 파견된다.
월급은 주 6일 기준 247만원 정도다. 여기에 농작업 상해보험 가입, 휴무 시 개인 취미활동 등의 지원도 이뤄진다.
현장에서 만난 계절근로자 예 티 김 꾹(LE THI KIM CUC·29·여)은 "베트남 보다 근무 환경과 급여 조건이 좋은 데다 관련 기술도 배워 갈 수 있어서 지원하게 됐다"면서 "오늘 직접 일을 해 보니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감귤농가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재 보름 단위로 선착순 신청이 이뤄지고 있는데 오는 15일까지는 절반인 20여 명, 이후부터 30일까지는 50명 전원이 신청 농가에 투입될 예정이다. 농가당 하루 배정인원은 최대 4명(남 1·여 3), 근무일수는 최대 연속 3일이다.
남원읍 신례리에서 약 3만6000㎡ 감귤밭을 일구고 있는 강성민씨(59)는 "돈을 더 준다고 해도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외국인 계절근로자여도 저렴하게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돼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5개월이 아니라 1년 내내 사업이 추진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행정당국도 이에 공감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는 베트남 뿐 아니라 몽골, 캄보디아와도 관련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공동 숙소 마련 문제는 과제로 지적된다.
윤재춘 농협중앙회 제주본부장은 "외국인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을 추진하려면 공동 숙소와 관리 인력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데 사실 비용 측면에서 큰 어려움이 있다"며 "이 부분은 행정당국과 협력해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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