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평생주택, 낙후 아파트 인식 없앤다더니…“차량 이용자 입주 자격 제한”

고귀한 기자 2023. 11. 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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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통합공공임대주택 카드뉴스 갈무리.

‘광주형 통합공공임대주택’(광주형 평생주택)이 입주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광주광역시는 질 좋은 장기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면서 신청 자격을 ‘개인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시민’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광주시는 서구 치평동 옛 상무 소각장 인근에 광주형 평생주택 460가구를 짓고 있다. 소형 평형 위주였던 기존 임대아파트와 달리 실수요자 요구를 반영해 전용면적을 크게 넓힌 것이 특징이다. ‘국민 평형’이라고 불리는 전용면적 84㎡ 규모 220가구를 비롯해 36㎡ 규모 1인용 주택 68가구, 59㎡ 규모 2~3인용 주택 172가구 등이다. 게스트하우스와 건강 센터 등을 갖추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임대아파트의 품격을 높이겠다고도 했다.

문제는 차량 이용 여부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달 20일 광주형 평생주택 착공식에서 “이곳에 입주할 460가구 주민들은 평소에 자동차가 필요 없는 대중교통을 통한 입주자만 가능하도록 법을 바꿔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의 배경에는 교통체증 우려로 광주형 평생주택을 반대해온 아파트 연합회 대표단 등 주변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도시공사 관계자는 1일 “차량 미소유자를 입주 조건으로 포함할 수 있는지 등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주시 안팎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 입주 조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가 필수품이 된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통상 지방이 서울 등 수도권보다 자차 비율이 높다. 광주시와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광주시에 등록된 차량 대수는 약 71만대다. 광주시민이 143만명인 점을 고려할 때 2명 중 1명은 차량을 보유한 셈이다. 미성년자나 고령 노인을 제외하면 직장인 대부분이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

고급화를 꾀하겠다는 광주형 평생주택의 사업 취지와도 어긋난다. 광주시는 ‘임대아파트가 낙후된 아파트라는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사업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이 곳은 중위소득 150%, 3인 가족 기준으로 월 소득 665만원인 가구도 최대 30년까지 입주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근시안적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김동기 광주대 부동산학과 특임교수는 “임대아파트도 결국 삶의 편의를 위해서 입주하는 것인데 차량이 필요 없는 사람에게만 자격을 주겠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며 “시민들이 차량 없이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선진화된 교통정책과 주변 인프라 구축이 우선돼야 실현 가능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이에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청년안심주택’ 신청 기준을 일부 완화했다. 애초 차량 이동이 필요한 장애인과 생계형 목적에 한해서만 차량 소유를 허용했으나 차량가액 ‘3683만원 이하’면 차량 소유자도 입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구 상무지구 광주형 통합공공임대주택 착공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광주광역시 제공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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