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수요 둔화에도… 토요타, 美 배터리공장에 10조원 추가 투자

노스캐롤라이나 공장 총투자 12.9억달러→139억달러
"추가 투자액, IRA 시행 이후 외국기업 중 최대 규모"…
"5개월 만에 추가 투자… 전기차 수요 상승 예상 방증"

일본 토요타 자동차가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용 배터리 생산을 위해 건설 중인 미국 배터리 공장에 추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미국 등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뤄져 주목받는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토요타는 성명을 통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에 80억달러(약 10조8488억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미국이 자국 내 전기차 생산 활성화를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한 후 이뤄진 외국 자동차업체의 투자 중 최대 규모다.

이번 발표로 노스캐롤라이나 배터리 공장에 대한 토요타의 투자액은 총 139억달러(18조8581억원)로 늘고, 일자리 창출 규모도 5000개 이상으로 증가한다. 생산라인은 앞서 발표한 2개에 더해 8개가 추가돼 총 10개로 확대된다. 생산량은 단계적으로 늘려 오는 2030년 연간 총생산량이 30기가와트(GWh) 이상에 달할 예정이다.

토요타의 노스캐롤라이나 공장 설립 계획은 2021년 12월 처음 발표했다. 당시 회사는 2025년 생산을 목표로 12억9000만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80만대 분량의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해 175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 6월에는 21억달러의 추가 투자 계획을 내놨다.

일본 자동차 업체 토요타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배터리 공장 설립 현장 /사진=토요타 홈페이지

션 석스 토요타 노스캐롤라이나 사장은 성명을 통해 "오늘 (추가 투자) 발표는 전동화와 탄소 감축에 대한 회사의 노력을 강화해 이 지역(노스캐롤라이나)에 일자리와 미래 경제 성장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이 혁신적인 제조 시설의 지속적인 에너지와 지원을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람 에마누엘 주일 미국대사는 FT에 "토요타는 오늘 노스캐롤라이나를 미래 전기차 경쟁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며 토요타의 투자를 반겼다.

FT는 "포드가 2021년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 관련 114억달러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었다"며 토요타의 투자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투자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IRA가 파나소닉, 혼다, 브리지스톤(타이어 전문업체) 등 일본 제조사들의 대미국 추가 투자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FT 분석에 따르면 IRA 제정 첫해 미국 내 청정 기술 제조에 대한 일본 제조업체들의 투자 규모는 200억달러에 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토요타가 21억달러 추가 투자를 발표한 지 5개월 만에 다시 투자액을 늘렸다며 "이는 회사가 전기차에 대한 미국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현재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토요타는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고자 배터리 기술 개발 및 생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고금리와 거시경제적 압박이 소비 부진으로 이어져 수요 둔화를 겪고 있다. 포드,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등 미국 대표 자동차업체들은 이를 이유로 최근 전기차 생산 확대 계획을 중단했다. 특히 포드는 최근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손실까지 겹쳐 SK온과의 합작 배터리공장인 켄터키2공장의 설립도 연기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