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더 도어' 장항준·송은이의 동행을 응원합니다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누구나 가는 길을 걷는 건 쉽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건 어렵다. 더군다나 이뤄놓은 것들이 많은 사람이 그 길을 걷는다는 건 용기와 각오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꿋꿋하게, 그리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과 함께 개척되지 않은 길을 걸어나가고 있는 장항준 감독과 송은이 대표를 아낌없이 응원하는 이유다.
25일 CGV에서 단독 개봉된 영화 ‘오픈 더 도어’(감독 장항준)는 미국 뉴저지 한인 세탁소 살인 사건 이후 7년, 비밀의 문을 열어버린 한 가족의 숨겨진 진실을 그린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로 과거 교민 사회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장항준 감독이 영화 ‘기억의 밤’ 이후 약 7년 만에 연출한 스릴러이자, 송은이가 대표로 있는 컨텐츠랩 비보의 첫 제작 영화이기도 하다. 31년 전 서울예대에서 복학생과 신입생으로 만난 장항준 감독과 송은이 대표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으로 최고의 인정을 받으며 함께 성장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오픈 더 도어’는 장항준 감독과 송은이 대표가 신뢰 속에 함께 내디딘 첫 발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일을 할 때에는 의견 차이를 겪기 마련인데, 두 사람은 견고한 ‘믿음의 벨트’로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다. 장항준 감독은 이에 대해 “작업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친한 사람들끼리 오히려 일을 잘 안 한다고 하던데, 그 이유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나 갈등이 발생했을 때 풀어나가는 방식 자체가 달라서 부딪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오랫동안 알았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송은이 대표가 첫 제작 영화로 ‘오픈 더 도어’를 선택한 이유도 장항준 감독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송은이 대표는 “장항준 감독님의 현장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선의 문제만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있었다. 상식 밖의 일은 감독님 현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라고 했다.
다만 세트장 설치를 두고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고. 장항준 감독은 영화를 위해서 반드시 세트장을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송은이 대표는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로케이션을 알아보자고 제안했다고. 이에 대해 장항준 감독은 “한국에 미국 가정집 같은 외관을 지닌 곳은 있지만, 결국 한국 사람이 지은 집이라서 내부는 한국적이다. 제가 생각하는 극 중 집 구조와 너무 달랐기 때문에 반드시 세트를 지어야 한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제작 초기 예산으로 인해 재미교포 가정에서 한국 가정으로 각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장항준 감독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장항준 감독은 “반드시 교민 가정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한국 가정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미국 교민 사회의 특수성이 있다. 교민 가정은 이민 후 시간에 머물러 있다. 한국은 그 사이에 다른 변화들이 있었지만, 교민 분들은 거기에 머물러 있다. 또 미국 사회에 와서 적응하고 뿌리를 내리기까지 그분들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부분은 가족밖에 없다. 그 끈끈함은 한국보다 더하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이 극단적인 형태로 전개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장항준 감독은 “이 끈끈한 가족들이 서로 꿈틀거리는 욕망들로 인해 부딪힐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교민 사회의 특수성에서 그것들이 더 도드라져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장항준 감독의 확고한 이유에 송은이 대표는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봐왔던 장항준 감독은 아무 이유 없이 행동할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작품에 관해서는 더더욱 말이다. 송은이 대표는 이에 대해 “ 연출의 의도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뭔가 생각하는 게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있었다”라고 했다.
장항준 감독이 한국 교민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의 제목을 ‘오픈 더 도어’라고 지은 이유도 분명했다. 그는 “우리가 살면서 최소한 문을 만 번 이상씩은 열고 닫을 거다. 그리고 그 문의 숫자도 엄청날 거다. 어디를 가도 많은 문들을 직면한다. 이 문들은 우리 인생의 선택의 문이기도 하지 않나. 선택 자체가 내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면서 “극 중 가족들의 앞에 놓인 문은 열어야 했던 문, 열지 말아야 했던 문이다. 욕망의 문을 열었을 때 파멸의 길로 가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장항준 감독은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시간 역순 전개를 선택했다. 보통의 상업 영화와는 다른 선택이다. 이에 대해 장항준 감독은 “챕터 1이 끝난 지점이 보통의 상업영화에서는 절정 부분이다. 사건 중심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왜’[라는 인과관계를 다룬 작품이기 때문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과정이 중요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항준 감독은 “비극성을 높이는 데에도 효율적이라서 역순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마지막 챕터는 유일하게 열려있는 문이다. 그건 선택이 아니다. 모든 영화의 기준은 거기로 향해 있고, 아련할수록 비극성이나 인물들의 상황에 대해서 오래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상업 영화의 방식과는 다른 선택을 했지만 장항준 감독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장항준 감독은 “저나 송은이 대표도 오십 대가 되지 않았나. 그동안 직관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본 것 같다. ‘무섭지?’ ‘웃기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뭔가 문을 나서면서 생각에 빠지게 하는 이야기를 많이 안 해본 것 같다. 그것이야 말로 나이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서 “관객의 심판을 기다리기는 하지만, 후회는 없는 것 같다. 하고 싶은 대로만 살아서 오늘날까지 내려온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이는 송은이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송은이 대표는 “저는 컨텐츠랩 비보가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걸 따라가기보다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중심 있게 하는 제작사가 됐으면 한다. 잘되는 문법의 이야기들이 많다 보니까 정말 했었어야 할 이야기들을 하지 못하고 지나온 것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 것들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며 자신의 제작 소신을 밝혔다.
콘텐츠 홍수의 시대인 요즘, 수많은 콘텐츠 중에 대중의 선택을 받는 건 1년에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모두가 대중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급급하지만, 장항준 감독과 송은이 대표는 그 ‘유행’에 편승하지 않으려 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좋은 콘텐츠로 만들면 대중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좋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송은이 대표는 이에 대해 “말초를 깨우는 영화들은 많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생각을 깨우거나 심장을 깨우는 영화들은 잘 만들었음에도 외면을 받기도 한다. 저는 그런 이야기들이 결국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라고 했다.
장항준 감독도 “안 해본 일 할 때 제일 재밌지 않나. 저한테는 이야기를 만든다는 게 그런 것 같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때 정해진 길이 아니라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로 가본다. 저희 직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컨텐츠랩 비보]
송은이 대표 | 장항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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