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타진요’까지 소환된 양평 고속도로 논쟁, 이젠 끝내야

세종=김민정 기자 2023. 11. 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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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진요를 생각나게 한다."

원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의혹을 두고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지자 해당 논란이 타진요를 연상시킨다고 응수했다.

국토위 국감은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로 도배됐다.

이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든 문제가 될 처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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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진요를 생각나게 한다.”

뜬금없이 타진요가 국정감사장에 소환됐다. 타진요란 2010년 그룹 에픽하이 소속 가수 타블로가 미국 스탠퍼드 대학 출신이라고 학력을 속였다는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 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를 줄인 말이다. 대중이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할 때 주로 사용한다.

타진요 발언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 국감에서 꺼냈다. 원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의혹을 두고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지자 해당 논란이 타진요를 연상시킨다고 응수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토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양평군 양서면 종점을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한 이유가 윤석열 대통령 처가 일가의 땅값을 올려주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국토부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노선도 언제든 바뀔 수 있어 노선이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야당은 국토부가 용역 결과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야당과 국토부가 4개월 넘게 진실 공방을 벌였지만 해결의 기미는 보이질 않고 있다. 국토위 국감은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로 도배됐다. 정책 이슈를 제법 다룬 여타 상임위원회들과 달리 논란 하나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버렸다. 주택, 도로, 철도, 항공, 안전관리 등 민생과 맞닿은 주제들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든 문제가 될 처지에 이르렀다. 공무원 입장에서도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이 됐다. 한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적폐 청산 1호’ 대상으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이 오를 것 같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 정권에서 추진되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1조9000억원 규모 국책 사업인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가장 염원하는 건 양평군민들이다. 현장에서 만난 양평군민들은 하나같이 “여야를 떠나 모든 정치적 쟁점화를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특혜 의혹으로 얼룩져 사업이 좌초 위기에 있는 상황을 벗어나 서둘러 사업이 재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끌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는 이제 끝내야 한다. 야당이 추천하는 전문가들을 포함해 대안 종점을 검토하고, 국정조사 등으로 의혹을 낱낱이 파헤쳐 끝장을 보고 매듭을 지어야 한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서 정치를 빼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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