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통화내용 번역해 메일로 보내줄래"…삼성 갤S24 최초의 '바드폰' 될까

삼성, 내년부터 자사 기기에 '생성형 AI' 탑재 공식화
삼성 첫 AI 폰 갤럭시 S24 유력…구글 바드와 협력 가능성

갤럭시 S24 울트라 예상 이미지. (사진=유튜브 4RMD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빅스비, 이 서류 영어로 번역해서 우리 부서원들한테만 메일로 보내줘. 빠른 회신 바란다고도 꼭 전해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 담겨있는 AI(인공지능) 비서 빅스비에게 이같은 복잡한 명령을 내리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 빅스비에게 "번역을 도와달라"는 식의 명령을 내리면 단순한 문장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기능 정도만 제공된다. 음성 명령에 "메일을 보내달라"는 내용이 포함되면 기기 내 메일 앱을 보여주는 정도다.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이처럼 말 한마디로 복잡한 작업까지 명령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갤럭시 스마트폰을 비롯한 자사 스마트폰에 '생성형 AI'를 이식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다.

삼성, 내년부터 생성형 AI 기술 이식 본격화…갤S24에 '하이브리드 AI' 심는다

자체 생성형 AI 없는 삼성, '파트너 협력' 새롭게 이뤄지나

삼성전자의 AI 어시스턴트 '빅스비'. (사진=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진행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사 모바일 기기에 AI를 활용한 혁신 경험을 내년부터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니엘 아라우조 삼성전자 MX(모바일 경험) 사업부 상무는 "사용자들이 매일 사용하고 가장 필요로 하는 핵심 기능부터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해 의미 있는 혁신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어떤 기기에 생성형 AI를 도입할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첫 대상은 내년 초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4' 시리즈가 유력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갤럭시 모바일 기기에 온디바이스 AI와 클라우드 AI를 합한 '하이브리드 AI' 기술을 준비 중이다. 온디바이스 AI는 기기 자체에 AI 기능을 넣는 형태, 클라우드 AI는 가상 서버를 통해 AI 서비스를 지원받는 형태다.

서비스를 폭넓게 제공할 수 있는 클라우드 AI의 장점과 단말의 인풋데이터나 사용패턴을 활용해 제품 특성에 맞게 더 정교한 튜닝이 가능한 온디바이스 AI의 장점을 모두 살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생성형 AI를 탑재한 'AI 폰'의 내년 출시를 기정사실화했지만, 삼성전자는 상용 생성형 AI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 최근 '삼성 가우스(Samsung Gauss)' 상표를 출원하는 등 자체 생성형 AI 개발에 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이는 일반 대중이 아닌 삼성 내부에서만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에 생성형 AI 기술을 이식한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기본 검색 엔진을 구글 대신 마이크로스프트(MS) '빙'으로 바꾸기 위한 내부 검토를 진행한다는 설, 삼성 인터넷 브라우저 앱 설치파일 내에 챗GPT를 암시하는 'Enable ChatGPT' 등이 담겼다는 설 등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예상이 다소 힘을 잃어가는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것은 삼성전자의 오랜 동맹인 구글의 AI 챗봇 서비스 '바드'다. 구글은 지난 5월 바드의 우선 지원어로 영어에 이어 한국어와 일본어를 채택했는데, 이를 두고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고려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 동맹 구글, 한발 앞서 스마트폰+AI 밑그림…AI 협업도 함께?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에서 구글의 스마트폰 신작 '픽셀8' 시리즈가 공개되고 있다. (사진=구글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구글이 지난달 진행한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에서는 바드와 스마트폰의 융합이 현실로 나타났다. AI 기능이 강화된 스마트폰 신작 '픽셀8'과 생성형 AI 비서 '어시스턴트 위드 바드'가 공개됐다.

기존의 구글 AI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에 바드를 결합한 어시스턴트 위드 바드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바드의 생성·추론 능력과 구글 어시스턴트의 맞춤형 지원 능력을 결합한 새로운 기능이 기대됐기 때문이다.

구글에 따르면 어시스턴트 위드 바드는 이번 주에 놓친 중요한 이메일을 알려주거나, 원하는 사진에 맞는 문구와 함께 SNS 글을 대신 올려주는 등 보다 복잡한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다. 바드의 학습량이 늘어나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구글이 어시스턴트 위드 바드와 함께 공개한 픽셀8에는 AI 및 머신러닝 작업 처리 능력을 향상시킨 자체 AP(앱 프로세서) '텐서 G3' 칩이 탑재됐다. AI 폰 구현을 위한 밑작업이 시작된 것.

삼성전자 또한 최근 공개한 자체 개발 칩 '엑시노스 2400'이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AI 관련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엑시노스 2400은 갤럭시 S24 시리즈 탑재가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모든 행보도 AI 폰을 향하고 있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최대 강점은 개방성이고, 삼성도 스스로 늘 그것을 강조해왔다. AI 폰과 관련해서도 이 강점을 그대로 살리게 될 것"이라며 "구글 바드를 비롯해 챗GPT, MS 빙 등 여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데 삼성의 입장에서는 어느 하나만이 아니라 자사 기기에 모든 기능을 이식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하이브리드 AI'라는 표현을 쓴 만큼 SW와 HW에 AI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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