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원인도 모르는 日 원전···수명 늘리고 재가동 박차
발전소 측 화재 원인 못 찾아
방사성 물질 누설·부상자 없어
‘노후원전 수명 연장’ 안 변해
일본 원자력발전의 허술한 운영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일본 이바라키현 도카이무라 제2원전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발전소 측은 정확한 화재 시점과 원인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동일본대지진 이후 원전 가동에 회의적인 여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기시다 후미오 정권은 노후 원전 운영기간을 60년 이상으로 연장하고 원전 시설을 대폭 늘리는 등 친 원전 기조로 완전히 돌아섰다.
1일 도쿄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이바라키현 도카이무라 제2원전에서 전날 화재가 발생했다. 도카이무라 원전 운영사인 일본원자력발전(JAPC)은 방사성 물질의 누설이나 부상자는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화재가 정확히 언제 일어났는지, 이유는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원자력발전은 전날 오전 10시쯤 협력 회사 직원이 원자로 건물 2층 천장의 조명 기구의 안정기에서 불에 탄 흔적을 발견해 소방서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후 소방 당국은 안정기가 녹은 흔적이 화재 때문이라고 확인했다. 조명 아래에는 핵분열시 발생하는 중성자의 양을 측정하는 장치가 있는 만큼 화재가 커졌을 경우 방사성 물질 누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소방 당국과 일본원자력발전은 향후 화재 발생 시기와 원인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카이무라 제2원전은 1978년 11월 처음 운전을 시작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도카이무라 원전 원자로는 자동으로 작동이 중단됐다. 안전성 우려로 현재까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도카이무라는 1966년 제1원전이 운영되며 일본에서 처음으로 상업용 원전이 가동된 마을이다. 그러나 그동안 크고 작은 원전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고는 1999년 9월 핵연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작업원들이 치사량을 넘는 방사선에 피폭된 ‘JOC 임계사고’다. 이때 피폭된 작업원들이 83일 동안 치료를 받다 고통스럽게 숨져가는 과정이 언론에 고스란히 보도되기도 했다.
도카이무라 제2원전은 45년 된 노후원전이지만, 최근 기시다 정권의 친 원전 정책에 따라 재가동을 앞두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2월 원전을 새로 짓고 노후원전의 수명도 기존 최장 60년에서 그 이상으로 늘리는 등 원전 확대 방침을 발표했다.
일본이 보유한 원전 33기 가운데 21기는 운전 개시 시점이 30년을 지났고, 다카하마 원전 1·2호기와 미하마 원전 3호기는 40년을 넘었다. 노후 원전인 다카하마 원전 2호기는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2011년 11월 정기 검사 이후 가동이 중단됐지만 지난 9월 가동을 재개했다. 이날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가고시마현에 있는 약 40년 된 규슈전력의 가와우치 원전 1, 2호기의 운전 기간도 60년까지 늘리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더 많은 노후 원전을 재가동하기 위해 지질조사를 벌이고 있다.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전날 홋카이도 원전 재가동을 위해 원전 주변 지층 조사에 나섰다.
일본 내에서는 섣부른 원전 정책 확대의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원전 재가동 반대 지방자치단체 국회의원 연합회’는 지난해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재가동에 반대하는 청원서를 이바라키현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달 의회 특별조사위원회는 이 청원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지난 7월 23일에는 다카하마 원전 재가동을 앞두고 지역 주민들이 반대 시위에 나섰고, 도쿄전력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니가타현 가시와자키에서도 지난 9월 24일 1000여명이 모여 ‘원전 재가동이 아닌 폐로’를 촉구하는 시민 행진이 열렸다.
도쿄신문은 정부의 친원전 정책 발표 이후 “노후화된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고 향후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일본이 끔찍한 사고를 잊은 것”이라며 “핵 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되돌릴 수 없다.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는 것은 재앙”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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