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2008년 뉴타운과 2023년 김포 서울 편입

한겨레 2023. 11. 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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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서울 편입’ 논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30일 경기 도시철도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준현 I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겸임교수

10월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수도권 교통대책 간담회를 위해 경기 김포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바람직하다”며 당론 채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애당초 간담회 주제였던 김포시의 교통 불편 해소는 온데간데없고 느닷없이 서울 편입이 긴급 현안인 양 떠올랐다. 김 대표의 뜬금없는 발언에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고 일부 시민은 혹시나 하는 성급한 기대감에 부풀기도 했다. 김 대표가 김포시의 서울 편입 당론을 꺼내 든 배경과 의도가 궁금할 뿐만 아니라 김포시의 서울 편입 가능성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선, 국힘이 총선 돌파용 카드로 띄워 보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실현 가능성 유무를 떠나 서울 편입을 꺼내 들어 수도권 민심을 흔들어 보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다만, 그 파급 효과가 분명하지 않고 자칫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번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수도권 교통대책 간담회라는 자리를 빌려 여론 탐색용으로 제기했다고 본다.

국힘은 2008년 4월 한나라당 시절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수도권 뉴타운 개발 공약을 꺼내 들어 재미(?)를 본 경험이 있다. 당시 한나라당은 수도권 111개 지역구 가운데 81곳에서 이기며 전체 의석의 과반을 차지했다. 이 선거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지금까지 보수당이 수도권에서 이긴 유일한 선거로 기록되고 있다. 그런데, 당시 한나라당이 승리한 이유로는 이명박(MB) 정부가 출범한 지 채 3개월도 안 된 점과 총선 사상 최저의 투표율(46.1%)이 꼽힌다. 2007년 12월 치러진 대선에서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가 사상 최대 표차로 패하자 실망한 국민이 투표를 포기하는 바람에 한나라당이 이겼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인 40대 이하가 턱없이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고, 수도권의 투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낮았던 점이 한나라당 승리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오히려 이명박 정권 출범 3개월 만에 치러진 총선에서조차 나름대로 야심적인 공약을 내놓았음에도, 낮은 투표율로 인해 가까스로 과반을 넘겼다는 사실은 국힘이 내년 선거에 위기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특히, 서울 강서구청 보궐선거 참패로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하자 국힘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궁리하던 끝에 김포의 서울 편입 당론 채택을 띄워봄으로써 2008년을 재현해 보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이는 윤석열 정권의 막가파식 국정 운영과 맞물리면서 진행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중동 순방 뒤 곧바로 박정희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보수층을 끌어안은 것은 이를 증명하는 대목이다. 한편에서는 정치 혐오증을 유발해 투표율을 떨어뜨리고 보수층을 결집시킨 뒤, 다른 한편에서는 표심을 건드릴 공약을 내세움으로써 중도층의 보수 심리를 최대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을 구상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실패로 끝날 확률이 높다. 첫째, 강서구청 보궐선거에서 보여줬듯이 내년 총선 투표율은 역대 어느 총선보다 높게 나올 것이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분노의 표심이 크게 작동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의 막가파식 국정 운영은 수도권 민심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도록 만들었다. 또한, 이번 강서구청 보궐선거에서 젊은 층의 투표율이 높게 나왔다는 점은 국힘의 전략에 파열음을 내기에 충분하다.

둘째, 비현실적인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조차 그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고,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시민들에게 특별한 효능감을 느낄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서울시민이 된다는 게 내 삶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 수 있을지 의문인 것이다. 주거와 교통 등 젊은 층에 소구할 수 있는 아젠다에서 비켜난 뜬금없는 공약이다. 김포시민들 사이에서는 김포가 서울로 편입될 경우 자칫 서울시 쓰레기 매립장 역할만 떠안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최근 김병수 김포시장이 김포시를 편입했을 때 서울시의 편익으로 서해 진출과 대북 교류, 수도권 제4매립장 활용 등을 제시했다는 대목에서 그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2025년부터 쓰레기 매립을 진행하려다 인천시와 김포시의 반대로 중단된 수도권 제4매립장 중 14.6%인 56.7만㎡가 김포시에 속해 있다.

김 시장이 서울 편입을 주장하며 김포시에 속한 수도권 제4매립장을 활용하라고 서울에 권유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김포시민들로서는 김포시가 서울 지하철 5호선을 조건으로 받아들인 건설 폐기물 처리장과 함께 최악의 상황을 염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내 삶을 바꿔줘야 할 정치가 오히려 내 삶을 망친다고 판단할 때 국민은 분노를 참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조차 “국민이 늘 옳다”고 말했듯이 이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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