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청조 밈’과 ‘브래드(bread)송’, 그 이면에 놓인 우리의 민낯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윤지혜 칼럼 2023. 11. 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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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와 같은 프로그램에서나 접할 법한, 신박한 스캔들이 탄생했다. 저명한 여성 스포츠 스타의 재혼 상대가 알고 보니, 남성이 아닌 여성이었고 사기 혐의로 복역한 전과를 지니고 있는데 이게 단순히 과거의 일만은 아니었단 이야기다.

그리하여 현재 그 아니, 그녀는 해당 여성 스포츠 스타에게 결별을 통보받았고 사기 및 사기미수 혐의로 고발을 당한 상태인데, 여기서 핵심 사안은 그가 그녀였다는 사실이 아니다. 성전환자임을 알렸고 이를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문제는 그녀가 밝힌 모든 신상이 거짓이었고 이러한 거짓을 토대로 과거와 동일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제는 성전환했다는 것 또한 거짓일 수 있다고 추정하는 상태다. 이토록 사안이 허무맹랑하다 보니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은 해당 여성 스포츠 스타의 진정성 여부에도 의문을 품고 있긴 하나, 몇몇 전문가들, 프로파일러들은 그녀가 심리적 지배,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는 쪽에 비중을 싣는 중이다. 스포츠 스타와 성전환자, 사기 결혼, 가스라이팅까지, 그야말로 온갖 자극적인 요소들이 한데 얽혀 상당히 시의적절하게 흥미롭고, 독특한 사건의 등장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대중의 관심이 대대적으로 쏠리며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이자 그녀의 이름을 빌려, 일명 ‘전청조 밈’이 생성되기 시작한 것. 밈의 주인공인 전 씨가 사람들에게 자신이 미국 출신 재벌 3세라는 사실(?)을 믿게 하려고 특별히 구사한 문장들이 어이없을 정도로 허술하여 예기치 못한 개그 코드를 만들어 내면서 대중의 구미를 자극한 결과다.

“But your friend와 같이 있으면 I am 신뢰예요”
당사자에게는 다신 꾸고 싶지 않은 악몽과도 같은 사건이 사람들에게 웃음거리로 치환된 동력은 무엇일까. 보통의 이성과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딱 봐도 알만한 정황들인데 여기에 속아 넘어갔다는 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데다가, 이런 어리석은 사건이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인에게 일어났다. 즉, 공통의 화제성까지 띠게 되었으니, 모두의 도마에 올려 흥이 다할 때까지 이리저리 조리해도 될만한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누군가가 겪은 어리석은 상황이 희화화되는 저변에는, 그걸 입에 올리고 있는 우리만큼은 그러한 어리석음에 처하지 않았고 처하지 않을 거라는, 비록 어리석은 짓을 벌여온 전적이 없진 않으나 적어도 저 사람 정도는 아니었고 아니리라는 안도감을 느끼고픈 마음이 깔려 있다. 그리하여 점차 사건의 본질은 웃음에 밀려 모습을 감추고 ‘밈’만 남게 되는데 이 밈 또한 일정 시간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테다.

하지만 문제는 해당 사건이 단순히 ‘나’가 아닌 ‘특정한 누군가’의 것으로 선을 긋기에는, 그 밑바닥에 얽혀 있는 욕망이 동일한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너무 익숙한 것이라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빤히 보이는 사기 수법이 가능했던 이유나 그것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마음의 근간 등, 실은 모르는 바 아니니까. 그렇기 때문에 밈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지 않나.


“명함에 적힌 브래드, 그 스펠이 브래드 피트의 Brad가 아니라 빵, Bread였어요, 그것부터 어이가 없잖아“
JTBC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황금주’(김정은)는 서울 한복판에서 누릴 것 다 누리며, 알 것 다 알만한 부자들이 사기꾼으로 의심되는 ‘브래드송’(아키라)이란 인물에게 거액의 돈을 맡기는 게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니어도 상관없어.” 그녀를 더욱 당황스럽게 한 건 그들의 태도다. 그가 설사 자신들에게 정체를 속이고 접근한 것이라 해도 상관없다며, 어찌 되었든 돈을 벌게 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거다.

눈앞에 보이는 이득이,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이성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장면으로, 누군가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어리석은 상황임을 생각게 한다. 그래서 밈 현상을 즐기기 이전에 그 이면을 톺아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그곳에 놓인 우리의 민낯을 상세하게 들여다보고 경계하여야, 웃다가 또 다른 유사한 어리석음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없지 않을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 JTBC ‘힘쎈여자 강남순‘]

남현희 | 전청조 | 힘쎈여자강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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