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구는..." 5개월만에 현실 직시? '쌍포배구'와 타협한 아본단자
(MHN스포츠 장충, 권수연 기자) "GS칼텍스도 실바의 점유율이 70%가 넘고, 정관장도 메가와 지아의 점유율이 80%다"
지난 달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3-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경기에서 흥국생명이 GS칼텍스를 세트스코어 3-0(25-22, 26-24, 25-23)으로 꺾었다.
해당 경기 승리로 승점 3점을 더 쌓아 누적승점 12점을 만든 흥국생명은 현대건설(10점)을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다. 직전까지는 승점 9점으로, 그 뒤를 8점을 쌓은 GS칼텍스와 정관장이 바싹 추격하고 있었다.
흥국생명은 직전에 치른 정관장전의 역스윕패 충격이 큰 듯 보였다. 당시 4세트에서 7-25로 패배한 부분이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아본단자 감독은 사전 인터뷰를 통해 4세트보다는 당시 3세트 21-18로 앞서가다 뒤집힌 부분을 가장 아쉬워하기도 했다. 해당 기세를 이어갔다면 흥국생명의 셧아웃 승으로 충분히 끝낼 수 있던 경기였다.
이번 경기는 이주아, 김채연의 부상으로 인해 아시아쿼터 선수인 레이나를 미들블로커로 기용한 작전이 대성공을 거뒀고, 이원정의 토스가 잘 먹히며 쌍포 활용이 좋아 GS칼텍스전은 승리를 거뒀다.
이 날 사전인터뷰에서 아본단자 감독은 '옐레나-김연경의 공격점유율이 높은 것 같다'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그는 "GS칼텍스도 실바의 점유율이 70%가 넘고, 정관장도 메가와 지아의 점유율이 80%다"라며 특유의 크고 억울하고 열정적인(?) 제스쳐와 함께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실제로 팀은 매 경기 옐레나와 김연경의 공격이 팀 전력의 80% 이상으로 대두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두 자릿대 득점을 받쳐주는 다른 국내진이 없는 수준이다.
개막전인 도로공사전(10월 14일)은 옐레나가 평균 32.32%, 김연경이 30.3%로 팀 공격 점유율 과반수를 차지했으며 현대건설전도 비슷한 비율이다. 외인 한 명에 기대는 성향이 짙은 타 팀보다 옐레나에게 돌아가는 점유율은 오히려 크지 않은 편이다. 현재 메가, 지아 쌍포를 구축한 정관장과 비슷한 화력이다. 정관장은 여기에 국내 상위급 미들블로커진을 갖춰 상대적으로 중원이 부족했던 흥국생명의 강력한 맞적수로 떠올랐다.
사실 현재와 같은 그림은 아본단자 감독이 원한 그림은 아니다. 아본단자 감독은 지난 5월,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모든 공격수들이 파이프 시도를 하는 배구를 팀에 장착시키겠다"고 자신있게 밝히기도 했으며 지난 시즌 정규리그 6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현대건설전에서 김다솔, 정윤주, 박현주 등 백업 선수들이 대거로 나서 17개의 후위득점을 만든 경기를 "가장 내 아이디어에 가까운 경기"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당시 아본단자 감독은 "우리 뿐만 아니라 모든 팀은 다섯명이 공격 준비를 해야한다, 네트 모든 구역에 공격수들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 리그는 양쪽 윙 공격수 두 명이 그 역할을 다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세터 이원정 역시 "감독님이 리베로를 제외하고 전원 파이프를 시도할 수 있게 준비시키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전원 공격 장착 및 득점의 공평한 분배를 정조준했지만 막상 성적을 내야하는 시즌에 돌입하자 효율을 내기가 쉽지 않았고, 리시브와 토스 등 여러가지 기복이 겹치며 냉정한 현실에 부딪히게 됐다. 결국 아본단자 감독 역시 당분간 '양쪽 윙 공격수 두 명이 그 역할을 다 하는' 배구로 승리를 노릴 수 밖에 없게 됐다.
아본단자 감독은 "공격지분을 나누고 싶지만 리시브가 안되면 미들 연결도 어렵고, 이 부분이 마음에 안 들어 개선하고 싶은데 상황이 안 도와준다"고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아울러 "직전 지도했던 해외 리그에서는 편중 공격은 그렇게까지 없고 평균화되어 나눠 공격했다. 아포짓 스파이커가 있긴 하지만 두 자릿수의 득점을 모든 포지션이 나눠 올린다"고 덧붙였다.
이상은 높지만 갈 길이 멀었던 사령탑이다. 선수진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 경기력 기복, 20점 이상을 넘어가면 흩어지기 쉬운 집중력 등으로 인해 아직 아이디어보다 효율을 바라보는 경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흥국생명은 오는 4일, IBK기업은행과 1라운드 마지막 대결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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