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10년간 남몰래 봉사하더니…'정신병동' 문턱 낮춘다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배우 박보영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본격 힐링의 시간을 선사한다.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에선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연출자 이재규 감독과 출연 배우 박보영, 연우진, 장동윤, 이정은 등이 참석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박보영)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으며 원작자 이라하 작가가 실제 정신병동 간호사 시절 경험담을 녹여낸 게 인상적이다.
영화 '완벽한 타인',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이재규 감독과 드라마 '눈이 부시게', '힙하게'의 이남규 작가가 의기투합해 웰메이드 작품의 탄생을 알렸다.
특히 '러블리의 대명사' 박보영이 올여름 흥행작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에 이어 또 한 번 간호사 캐릭터로 돌아왔다. 전작과는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동시에, 선 굵은 열연을 펼치며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할 전망이다. 박보영은 기존의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벗고 고단한 삶의 무게를 어루만지는 묵직한 장르물에 연달아 출연, 스펙트럼 넓은 행보로 최근 더욱 대중의 주목을 이끌고 있다.
박보영은 이번 신작에서 내과 3년 차에 전과한 명신대병원 정신병동 간호사 정다은을 연기했다. 내과와는 또 다른 환경을 마주하게 된 다은은 늘 그래온 것처럼 따뜻한 신념과 친절한 미소를 지닌 채 환자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그들의 마음에 귀 기울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직 서툴고 매일 배워나가야 할 일투성이. 다은은 종종 아침 출근길을 함께하는 대장항문외과 의사 동고윤(연우진)과 오랜 단짝 친구인 송유찬(장동윤)에게 힘을 얻고, 때로는 호랑이 같고 때로는 엄마 같은 모습으로 정신건강의학과 간호부를 이끄는 수간호사 송효신(이정은)을 비롯해 간호사 동료들에게 의지하며 차츰 적응해 간다.
커튼이 없어 아침 햇살이 가장 먼저 비추는 이곳 정신병동에서 씩씩하게 성장해 갈 다은과 환한 새 아침을 기대하는 환자와 보호자들, 의료진의 하루하루가 다채롭게 펼쳐지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다.
박보영은 정다은에 대해 "기존에 선보였던 로맨틱 코미디 톤과는 다르게 보이려 노력했다. 마음이 따뜻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친구인데, 그러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캐릭터다. 저도 예전에 다은처럼 그랬던 적이 있어서 연기하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다"라며 깊이 공감했다.
실제 대학병원을 참관하며 캐릭터를 구축, 리얼리티를 살린 박보영이다. 그는 "서울성모병원 간호사, 의사 선생님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다. 직접 참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선생님들을 쫓아다니며 노트에 엄청 적었다. 늘 한발 앞서 계시고 어떨 땐 한발 뒤에도 계시고 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 극 중에서 정맥주사를 놓는 장면도 있었는데 집에서 숙지할 수 있게끔 그 과정을 동영상으로 하나하나 찍어 보내주시기까지 했다. 현장에도 늘 나와계셨고, 옆에서 잘못된 게 없는지 하나하나 정말 큰 도움을 주셨다. 제가 작품에서 조금이라도 간호사처럼 보이셨다면 다 선생님들 덕분이다"라고 공을 돌렸다.
특히 박보영은 무려 10년간 남모르게 서울시 어린이병원과 인연을 맺고 환아들을 위해 지속적인 봉사활동, 기부 등 선행에 발 벗고 동참해왔던 바. 이에 대해 그는 "어린이병원 봉사활동을 통해 간호사, 의사 선생님들과 가까이에서 하는 일들이 많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게 개인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선생님들의 이런 따뜻한 얘기를 한 번쯤 해보고 싶었는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 더 좋았고 남다르게 느껴진다"라고 전했다.
이재규 감독은 "박보영이 10년 동안이나 봉사하면서 소아 중환자들을 돌본 경험이 있는데 이렇게 박보영이란 사람은 자기 자신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더 많이 한다. 심지어 현장에서도 그러니까, 이분이 혹여 마음의 상처를 받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다. 그렇게 배려가 많은 사람에겐 큰 경우 마음의 병이 따라올 수도 있으니까. 다은 역할도 마찬가지로 환자들을 먼저 생각했다. 박보영과 일하며 정다은보다 한 수 위라고 느꼈던 순간들이 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우진 또한 "촬영 안팎으로 박보영은 정다은 그 자체였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함께 촬영하며 명절,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곤 했는데 박보영이 직접 우리에게 산타가 되어주기도 하고 때론 명절 음식을 해주는 엄마가 되어주기도 했다. 선물도 손수 주면서 박보영 덕분에 많은 힐링을 받았다"라고 미담을 공개했다.
이처럼 '긍정 에너지' 박보영을 품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재규 감독은 연출 의도에 대해 "원작이 가진 순수함과 원작자가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려는 따뜻한 마음이 좋았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절반은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 그만큼 세상을 살아가는 게 힘들고 각박한 게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 드라마는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과 그 주변인들에게 그런 병을 어떻게 봐야 하고 어디에서부터 왔고 또 어떻게 그런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한다. 보시면서 심리적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드라마를 해보고 싶었다"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뼈가 부러지면 정형외과에 가고, 감기만 걸리면 바로 약을 먹지 않나. 그런데 마음의 병에 걸렸을 땐 쉽게 병원에 가려 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은 같은 문제이기에, 빨리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게 어쩌면 좋은 길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드셨으면 하는 생각으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만들었다. 저 역시도 이 드라마를 작업하며 하루하루 마음 치료를 받는 기분이라 힐링 되는 시간이었다. 정말 좋았다"라고 진정성을 엿보게 했다.
여느 의학 드라마와는 차별화된 매력을 강조하기도. 이재규 감독은 "아무래도 기존 의학 드라마들은 의사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 않았나. 근데 저희 이야기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간호사와 환자분들이 주인공이라 다를 거 같다. 시청자 여러분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재미나게 만들어야겠다 싶었다. 현실적인 공간을 구상하고 의학적인 건 굉장히 정확하게 표현하려 애쓰면서도, 어른들이 볼 수 있는 따뜻한 현대 동화 같은 느낌을 주려 했다"라고 말했다.
이재규 감독은 거듭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이 낮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그는 "불안하고 우울한 동료들이 있으면 주변에서 '네 정신이 약해서 그래' 하고 질시, 질타하는 경우가 많다. 근데 제가 의학적으로 취재하고 자문을 받았을 때 정신질환과 정신력은 무관했다. 그럼에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오히려 '공황, 불안, 우울, 강박은 우리 사회를 잡아먹는 괴물들이다'라는 생각을 가지면 상대의 시선과 태도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느낀다면 동료, 가족들을 질타하기보다 병원을 권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 드라마를 계기로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을 낮추고 싶었다. 실제로 성인 남녀 네 명 중 한 명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만큼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멘털 케어가 꼭 필요하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3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며, 총 12부작이다. 박보영, 연우진, 장동윤, 이정은을 비롯해 장률, 이이담, 이상희, 박지연, 전배수, 김종태 등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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