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계 ‘에르메스’를 만드는 이 회사는?
“탈중국화는 새로운 기회
명품 배낭으로 승부수 ”
9·10일 코스피 IPO 일반공모
이라크전에서 미군들의 생존을 책임진 카멜백과 ‘아웃도어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아크테릭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은 바로 국내 기업인 동인기연이 개발하고 생산했다는 것이다. 지난 1992년 설립된 동인기연은 현재 전 세계 하이엔드 아웃도어 배낭 ODM 시장의 45%를 점유한 ‘히든 챔피언’이다. 아크테릭스, 블랙다이아몬드, 그레고리, 코토팍시 등 세계적인 아웃도어 용품 브랜드들이 모두 동인기연을 찾고 있다. 아웃도어 배낭 외에도 전 세계 40% 점유율을 가진 블랙다이아몬드의 하네스(등반용 안전벨트)도 동인기연이 생산한다.
유명 브랜드들이 앞다퉈 동인기연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인수 동인기연 대표(사진)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동인기연의 차별점은 단순한 생산 대행이 아니라, 개발단계부터 아이디어를 내고, 기술력을 통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최고의 제품으로 만들어내 브랜드와 같이 커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97년 카멜백이 물을 넣어 마실 수 있는 자전거용 배낭 제작 의뢰를 했을 때 오히려 디자인을 역으로 제안해 대성공을 거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배낭의 틀을 만들던 창업 초기부터 꾸준한 연구개발로 축적된 고강도 알루미늄 기술, 인체공학적 해석 노하우, 고난도 봉제 기술은 동인기연을 하이엔드 배낭 생산 공정을 일괄 처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업으로 만들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의 동력이기도 하다. 아웃도어 인구의 확산으로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됐다. 매출도 2020년 1151억원에서 지난해 2506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00억원에서 427억원으로 올라섰다.
정 대표는 전 세계 아웃도어 배낭 시장이 지속 성장하는 데다, 브랜드들이 중국을 빠져나오며 성장의 기회가 더욱 커졌다고 진단했다. 시장조사기관 포츈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아웃도어 배낭 시장 규모는 올해 172억달러에서 2030년 313억달러로 연평균 14% 성장할 전망이다. 정 대표는 “추가 관세 탓에 중국에서 생산하던 브랜드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어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웃도어 배낭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상장도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정 대표는 필리핀 생산시설 확장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연구개발(R&D)센터 설립에 나섰다. 동인기연은 섬유 봉제기술뿐 아니라 항공기부터 아이폰까지 사용되는 고강도 7000계열 알루미늄 가공 기술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캠핑, 골프 시장으로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생산기지의 탈중국화에 맞춰 글로벌 여행용 러기지 시장과 스테인리스 텀블러 등으로 외연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자체 브랜드 전략도 강화한다. 이미 미국법인인 웨이비(WAYB)는 동명의 카시트 브랜드로 현지서 인기를 끌고 있다. 초경량 고강도 알루미늄 카시트로 2022년 매출 122억원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했다.
정 대표는 “미국에서 카시트가 하루에 90개씩 팔리는 데 절반이 자체 홈페이지에서 직접 판매된다”며 “카시트 성공 사례처럼 다른 업체에서 베끼지 못하는 하이 테크 제품군을 늘려 따라올 수 없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아웃도어 고객사들과 제품개발부터 협력하며 동반 성장을 추진하고, 다른 영역에서는 자체 브랜드를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동인기연은 1일부터 7일까지 수요예측을 시작으로 기업공개(IPO) 일정을 시작한다. 희망 공모가격 범위는 3만3000~3만7000원으로, 시가총액은 2115억~2372억원으로 예상된다. 9~10일 일반청약을 받은 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주관은 NH투자증권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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