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반북단체 습격’ 스페인공관 철수…대북제재 강화로 자금줄 막혀

아프리카대륙 우간다·앙골라 이어
유럽서도 철수…공관 50곳으로 ↓
외화벌이 막히자 대사관 구조조정

스페인인민공산당(PCPE)이 공식 웹사이트에에 게재한 현지 주재 북한대사관 외교문서. [스페인인민공산당 웹사이트 갈무리]

북한이 지난달 아프리카 지역 거점인 우간다와 앙골라에 이어 유럽에 위치한 스페인 주재 대사관도 철수한 것으로 1일 파악됐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실행력이 강화되며 외화벌이에 차질이 심화되고, 공관 운영자금이 메마르자 재외공관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스페인인민공산당(PCPE)이 공식 웹사이트에에 게재한 ‘구술서’를 살펴보면 주스페인 북한 대사관 책임자인 서윤석 임시 대사대리는 지난달 26일 PCPE에 대사관 철수 사실을 통보했다. ‘구술서(note verbale)’는 외교적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문서양식이다.

북한은 PCPE에 “앞으로는 이탈리아 주재 대사관이 스페인 관련 업무를 담당할 것”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은 로마에 본부를 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세계식량계획(WFP)를 담당하며 대외원조 확보에 핵심적인 공관이다.

이 문서에는 북한이 스페인 주재 대사관을 철수시키기로 결정한 이유나 사정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PCPE는 구술서에서 “이러한 어려운 (철수) 결정의 이유를 잘 알고 있다”면서 “유럽연합을 통해 스페인 정부의 공격성을 되돌리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2019년 2월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이 당한 파시스트 공격을 묵인하고 대사를 추방하는 등 제국주의가 부과한 제재를 악랄하게 적용했다”고 꼬집었다. 당시 반북단체 ‘자유조선’ 회원들이 마드리드의 북한 대사관에 침입해 사실상 테러를 가했음에도 스페인 정부 당국이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을 비판한 셈이다.

※자료=외교부

북한은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전후로 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국가들과 수교했다. 그러나 이후 북핵문제가 크게 불거지면서 유럽 내에서 특별한 외교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스페인과 2001년 외교관계를 수립했으나 2013년에야 마드리드에 외교공관을 개설했다. 이듬해 김혁철 초대 대사가 현지에 부임했지만, 2017년에 스페인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대북제재 등을 이유로 김 대사를 추방해 ‘대사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북한이 아프리카 국가 2곳에 이어 유럽에서도 대사관 1곳을 폐쇄한 사실이 확인되며 전체 재외공관 규모도 53곳에서 50곳으로 줄었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쿠바 등 핵심 우방국이나 국제기구 본부 소재지역 공관을 유지하며 외화벌이 수단이 막힌 국가들에서 추가로 공관을 폐쇄할 가능성도 다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