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로 살린 대통령"…'길위에 김대중', 총선 앞두고 호응 얻을까(종합) [N현장]
이날부터 한달간 텀블벅 펀딩 진행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길위에 김대중'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영화의 제작사 및 관계자들은 관객 기근으로 고통받는 극장가에서 새로운 방식의 상영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여야 정치인 모두에게 존경받는 지도자이자 정치인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영화 '길위에 김대중'(감독 민환기)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은 명필름 대표와 최낙용 시네마6411대표, 민환기 감독,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전 문화관광부 장관), 정진백 김대중추모사업회 회장이 참석했다.
'길위에 김대중'은 김대중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민주주의를 향한 김 전 대통령의 파란만장했던 삶의 궤적을 기록한 영화다. 김대중 대통령과 관련된 미공개 자료들과 방대한 양의 아카이브 자료를 끌어 모으고 그와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 제작했다. 김대중 평화센터가 기획하고 영화제작사 명필름과 '노무현입니다'를 제작·배급한 최낙용 대표가 제작을, '노회찬6411' 민환기 감독이 연출했다.
이날 진행자인 제작사 명필름 이은 대표에 이어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는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였다. 제5대 문화관광부 장관 출신인 김 상임이사는 "여러분도 잘 아시는대로 김대중 대통령 하면 우리 정치사 현대사의 큰 어른이고 거인이다, 그분에 대한 지지와 반대의 극명한 대척점이 많았다"며 "심지어 정치적으로도 몇 번 죽을 고비 겪은 분이 김대중 대통령이다, 그래도 그분은 모든 것을 개의치 않고 민주주의를 위해 혼신의 열정을 가지고 투신했다, 그만큼 고생하고 죽을 고비를 겪은 분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분은 좌절하지 않고 집권세력의 회유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그들을 모두 용서하고 우리의 미래 국민의 행복을 위해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주의 투사였다면 그분의 다큐멘터리를 만들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파란만장한 대한민국 질곡의 현대사가 김대중 대통령이 살아온 삶이다, 김대중을 보려는 게 아니라, 민주투사의 영웅화가 아니라 '길위에 김대중'을 통해 한국 현대사, 나와 국민,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을 다시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이번 영화의 의미를 강조했다.
또한 "우리의 어려운 정치 상황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김대중 대통령을 그리워 하는 이 시점, 김대중 대통령을 다시 다큐멘터리로 살려내는 게 소중하다, 가감 없이 국민 편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렵겠나"라며 "지지자, 반대자가 극명한 가운데 영화를 만들어 준 제작사와 특별히 민환기 감독께 감사하다, 이것이 제작되고 국민들에게 다가가게 됐다,(중략)개인 제작사나 개인 김대중을 살려내는 작업이 아니고 다시금 우리의 어려운 생활에서 우리의 미래를 밝혀 나가는 기회가 되고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 상임이사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일화를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출마 결심을 하기 전에 이미 언론에 나왔지만, 나에게 연락이 와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것을 좀 더 알고싶고 그분이 했던 정치의 경험을 얘기해줄 수 있느냐해서 김대중 평화센터에 오시게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상임이사는 "1층 전시관이 있는데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모든 자료가 있다, 와서 그분이 1시간 정도 볼 거라 생각했는데 4시간 반을 전시관을 둘러보고 생각하고, 둘러보고 생각하고 나와서는 2시간 넘게 대화를 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결심에 김대중 대통령이 굉장히 큰 역할을 했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그 길을 가는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얘기하셨다"고 회상했다.
연출자인 민환기 감독은 연출에 앞서 한국 정치계 주요 인사를 영화에 담는 것을 두고 부담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제가 해석한 김대중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었고 제가 해석한 특히 '길위에 김대중'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어떻게 정치인에서 투사가 되고, 투사에서 사상가가 되고 다시 정치인으로 돌아왔나, 김대중 대통령이 원했던 정치인으로 돌아오는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 정치인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다루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렇게 다루는 게 지금까지 나온 영화들과 차이도 있을 뿐더러 내가 해석한 김대중 대통령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결정을 했고 그랬다, 그 결정을 위해서 필요한 자료들과 편집들과 시간을 보내고 관객들과 만날 두 달 여를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감회가 되게 새롭다"고 소감을 덧붙였다.
'길위에 김대중'은 극장 상영과 동시에 비극장 상영 방식을 준비 중이다.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영화 상영위원회'를 결성해 대형 멀티플렉스 상영관 확보 뿐 아니라 새로운 상영공간 개척에 나선다. 이를 위해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 한달 간 텀블벅 펀딩을 진행한다.
공동 제작자인 최낙용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 내년 1월6일이다, 멀티플렉스 상영관 이 담당하는 극장에 2500개의 스크린이 있다, 그 중에 저희가 몇 개를 배정 받을 있을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극장 상영 뿐 아니라 비극장 상영, 문화회관이나 학교, 강당 등에서 상영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비극장 상영은 극장 상영이 끝난 뒤에 진행되지만 '길위에 김대중' 측은 극장 상영과 비극장 상영을 동시기 진행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준비 중이다.
이번 영화는 내년 4월 진행될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직전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정치적 해석을 하기도 한다.
이은 대표는 "내년 4월10일 총선 3개월 전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여야 상관없이 정치인들이 적어도 존경하고 인정하는 분이라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판단한다"며 "이 영화가 많이 틀어지면 총선에 누가 이득인지 계산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영화 하는 우리들이 그 부분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만에 하나 그런 정치적 부담 때문에 영화관 운영하는 분들이 부담스러워서 영화관을 소극적으로 오픈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해보기도 했다, 그런 것을 너무 신경쓰지 않고 새로운 개봉 방식으로 올 여름부터 시사회 조직을 많이 만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은 대표는 영화 개봉 시기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담긴 댓글을 본 적이 있었다면서 "댓글을 보고 놀랐다, 최근에 댓글을 보니 챗 GPT를 사용한 것 같기도 한데 창조적이고 다양한 표현들이 있다, 놀라기도 하고 재밌게도 봤다"고 말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은 획일화된 우리 사회에서 다른 생각을 인정하면서 끝까지 정치하신 분이다, 이번 영화를 틀고 배급하는 과정에서 언론사 입장에 따라서, 이해집단에 따라서 평가가 다양하게 있을 것이다,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하게 영화를 상영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민환기 감독은 영화를 찍으며 김 전 대통령의 새로운 면모들을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70년대 미국 망명 당시 777일간 200번의 강연회를 열고 다니며 한인 교포 사회 및 미국 사회에 대한민국이 처한 정치적 현실을 알리려고 했던 사실이었다.
민 감독은 "김대중 대통령을 미국에서 모셨던 분들의 인터뷰를 봤다, 그때 옆에 있었던 문동환 목사님 같은 경우는 (김 전 대통령을) 신들린 사람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777일동안 김대중 대통령이 강연회를 200번을 열었다고 하더라, 3일에 한 번 꼴인데 미국이 넓은 나라니까 3일에 한 번이라고 해도 돌아다니는 것까지 치면 미국에서 보낸 시간이 계속 강연하고 한국의 민주화에 대한 지지와 호소로 가득한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또한 민 감독은 "내가 정치를 잘 알고 관심있는 사람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도 한국의 민주화 시기를 겪어서 내가 갖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관점들이 있었다, 파고들고 공부할수록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됐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그런 인상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공부를 하고 주변 분들의 인터뷰를 듣고 제가 김대중 대통령을 지지하는 책만 읽은 건 아니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자료는 거의 구해 읽었는데 거기서 이분이 일관된 분이었다는 점이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영화의 제목이 '길위에 김대중'인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 당시 발언에서 따왔다. 최낙용 대표는 "영화 제목이 어법상 '길위의 김대중'이어야 하지 않나 질문을 준 분들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미국에서 777일간 200회 강연하신 것에 대한 인터뷰가 있다, 인터뷰 중에 김 대통령이 '나는 그 길 위에 있었습니다. 누가 부르든 달려갔습니다' 하는 구절이 있다, 그래서 '길위에 김대중'으로 그 구절을 따서 (정)했다, 미국에서도 강연했지만 우리 영화에 담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도 국민을 위해서 길 위에 있었다, 그래서 제목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행사를 마무리 하는 자리에서 정진백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글 속에 김대중 대통령을 유일하게 우리 대한민국에서 세계에 자랑할 만한 지도자라고 표현한 말씀이 있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지도자임에도 국내에서 평가는 아주 인색하다, 어떤 외신 기자는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신 후, '한국인들은 그분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세계 자랑하는 지도자인데 이분의 진면목을 많이 전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길위에 김대중'은 오는 2024년 1월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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