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32.8세' 구단이 만든 최고령 라인업, 날벼락은 코칭스태프가 맞았다[SC핫포커스]

나유리 2023. 11. 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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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SSG와 NC의 준PO 3차전. 9회초 패색이 짙어진 SSG 김광현, 추신수 등 선수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창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10.25/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올 시즌 SSG 랜더스의 '베스트9' 평균 나이는 32.8세였다.

10개 구단 중 단연 최고령 라인업이다. 포지션별 최다 출전자 중 김민식 오태곤 최주환 최정 한유섬이 30대고, 외야수 추신수는 41세로 리그 최고령 선수다. 여기에 외국인 타자인 기예르모 에레디아도 32세. 10개 구단 외국인 타자 중 삼성 라이온즈 호세 피렐라(34세)에 이어 두번째로 나이가 많았다. 20대 선수는 박성한(25세)과 최지훈(26세) 둘 뿐이다.

세대 교체가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지고 있는 NC 다이노스와 '굳이' 직접적인 비교를 하자면, NC의 '베스트9' 평균 나이는 29.9세다. 30대는 손아섭 박건우 박세혁 박민우 권희동이 있고, 만 21세 김주원이 평균 나이를 대폭 낮췄다. 올해 급성장한 서호철(27세)과 윤형준(29세)이 20대고, 외국인 타자 마틴도 28세로 젊은 편이었다.

알려진대로 SSG는 '베스트9' 뿐만 아니라 선수단 평균 연령 자체가 리그 최고령이다. 신인과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등록 선수 평균 나이는 28.9세로 10개 구단 중 1위다. 하지만 등록 선수의 평균 연차는 9년으로 3위 수준이다. LG 트윈스가 9.5년으로 가장 많고, KT 위즈가 9.1년으로 2위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SSG가 리그 연차에 비해 나이가 많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고졸보다 대졸 신인을 많이 뽑았다는 해석도 할 수 있지만, 외부 영입이나 계약도 고령 선수들이 많았다고도 볼 수 있다.

25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SSG와 NC의 준PO 3차전. SSG 추신수가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창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10.25/

실제로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이후, 구단의 행보는 베테랑 즉시 전력감 영입 '올인'에 가까웠다. SSG 랜더스 창단 직후 첫 영입은 SK 출신 베테랑 포수인 정상호였고, 이후 메이저리거 추신수를 깜짝 영입했다. 추신수의 한국행에는 구단 최고위층의 적극적인 설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FA로 김성현, 최주환과 계약했다. 김성현은 내부 FA, 최주환은 외부 FA였다. 둘 다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상황이었다. 또 그해에는 신인 4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면서 베테랑 불펜 투수 김상수를 데리고 왔다.

이듬해인 2022시즌을 앞두고는 30대 후반 불펜 요원인 노경은, 고효준을 영입했다. 그리고 '에이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컴백했으며 팀의 투타 주축인 박종훈, 문승원, 한유섬과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한화 이글스에서 방출된 베테랑 좌완 투수 임준섭을 데려왔고, 내부 FA 중에서는 이태양 대신 오태곤을 잡았다. 2023시즌부터 구단별 샐러리캡이 시행되는 상황이라 2022시즌을 마친 후 스토브리그에서는 큰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한 SSG다.

스포츠조선DB

그동안 최고령 선수단을 만든 것은 결국 구단의 결정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랜더스의 행보가 '이상하다'고 평가하진 않았다. 우승에 도전할만한 전력이었고, '윈나우'를 위해서는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SSG는 김광현 영입과 '외인 에이스' 윌머 폰트의 기량, 타선 조화를 앞세워 지난해 통합 우승을 해냈다.

물론 세대 교체는 분명히 필요했다. 40대 투수 2명(고효준 노경은)이 거의 매 경기 나와야 하는 팀 상황과 추신수를 밀어내는 외야 유망주, 최정이 부상으로 빠진 3루 자리를 완전히 꿰차는 내야수가 없다는 사실은 구단 외부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포인트였다.

그러나 그 어떤 팀도 우승 바로 다음해에 베테랑들을 배제하고 어린 선수들로만 라인업을 채우지는 못한다. 왜냐, 우승 다음 해에 어느정도의 성적이 나지 않으면 '추락'이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는 김원형 감독의 소극적인 엔트리 운용을 놓고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분명히 존재했다.

25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SSG와 NC의 준PO 3차전. 경기에서 패한 SSG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창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10.25/

하지만 최고령 선수단이 꾸려진 것은 구단의 결정이었다. SSG는 최고령팀이지만 최고 연봉팀이기도 하다. 올해 선수단 평균 연봉이 1억7559만원(외국인, 신인 제외)으로 압도적 1위고, 이중 상위 28명의 연봉은 무려 3억957만원이다. 리그 평균이 2억3593만원이고, 최저인 KIA 타이거즈가 1억8704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SSG에 고액 연봉자가 얼마나 많은지를 체감할 수 있다. 다년 계약 3인방이 공교롭게 큰 슬럼프를 동시에 겪었지만, 이들이 받는 연봉과 그로 인해 기대를 걸어야만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쉽게 엔트리에서 뺄 수 없었다. 연봉이 수억인 선수를 빼고 무조건 젊은 선수만 기용하는 것도 사실 프로 구단의 경제 논리와 맞지 않다.

SSG의 올 시즌 투타 팀 성적을 기반으로 한 피타고리안 승률로 따졌을때, 정규 시즌 3위는 기적에 가까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김원형 감독이 경질됐고 상당수 코치진이 옷을 벗었다.

25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SSG와 NC의 준PO 3차전. SSG 김원형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창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10.25/

후반기 팀 성적이 추락할 당시 김원형 감독의 경기 운용과 흔들리는 팀을 잡아주지 못한 부분은 분명 아쉬웠다. 정규 시즌 3위보다 준플레이오프 0승3연패 탈락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도 맞다.

그러나 SSG 구단은 김원형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하면서, '고령층 선수들을 위주로 쓰고 젊은 선수들을 더 적극적으로 기용하지 않은 점'과 '단언컨대 성적으로 인한 계약해지가 아닌 점'을 강조했다. '경질이 아닌 계약해지'라는 단어도 강조했다.

차라리 '후반기 경기 운영 과정과 포스트시즌 결과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결별한다'는 설명이 더 적합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더 설득력을 얻었을 것이다.

김원형 감독 유임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정말 SSG 구단이 젊고 새로운 팀을 만들고 싶다면 새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지지를 받아 마땅하다. 그것이야말로 구단의 자율 선택이자 권한이다. 김원형 감독과는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으니, 이제 새로운 감독과 새 팀을 꾸릴 수 있다. 방향성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SSG 구단의 설명이 덫을 만들었다. 새 감독과 새 코치진을 과연 어떤 인물로 채울 것이며 다음 시즌에는 실제로 어떤 팀을 꾸릴 것인지. 당장 주축인 30대 후반~40대 초반 선수들을 전부 정리하고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시기를 어떻게 견딜 것인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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