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주포' 없이도 강하다! TEX, 11안타 폭발→기록 대잔치…62년 만의 첫 WS 우승까지 1승 남았다 [WS]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텍사스 레인저스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에이스'와 '주포'의 이탈도 전혀 영향이 없는 모양새다. 1961년 구단이 창단된 이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이제 1승만 남겨두게 됐다.
텍사스는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WS) 4차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 맞대결에서 11-7로 완승을 거뒀다.
구단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BK' 김병현이 몸담고 있던 시절인 2001년 이후 무려 22년 만에 '왕좌'를 노리는 애리조나의 맞대결. 이들은 지난 1~2차전 각각 1승씩을 주고 받으며, 팽팽한 흐름 속에서 시리즈를 시작했다. 그러나 전날(31일) 균형이 무너졌다. 텍사스가 '에이스' 맥스 슈어저가 부상으로 조기 강판된 가운데 3-1로 승리하며 시리즈의 우위를 점했다.
그런데 텍사스에 또다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에이스가 허리에 통증을 느껴 3이닝 만에 갑작스럽게 마운드를 내려가는 일을 겪었던 텍사스는 '주포' 아돌리스 가르시아마저 전열에서 이탈했다. 가르시아는 3차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옆구리 통증을 느꼈고, 검진 결과 복사근 좌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텍사스는 슈어저와 가르시아를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날벼락'을 맞았다.
'에이스'와 '주포'가 모두 빠졌지만, 텍사스는 강했다. 선발이 없는 까닭에 '불펜데이'로 경기를 치른 애리조나 마운드를 대폭격했다. 이날 텍사스는 세미엔이 4타수 2안타(1홈런) 5타점 2득점, 코리 시거가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 트래비스 얀코스키가 3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 조쉬 영이 4타수 3안타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 선발 라인업
텍사스 : 마커스 세미엔(2루수)-코리 시거(유격수)-미치 가버(지명타자)-에반 카터(좌익수)-조쉬 영(3루수)-네이트 로우(1루수)-요나 하임(포수)-레오디 타베라스(중견수)-트래비스 얀코스키(우익수)
애리조나 : 케텔 마르테(2루수)-코빈 캐롤(우익수)-가브리엘 모레노(포수)-크리스티안 워커(1루수)-토미 팸(지명타자)-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좌익수)-알렉 토마스(중견수)-엠마누엘 리베라(3루수)-헤라르도 페르도모(유격수)
# '주포'의 이탈? 펑펑 터진 텍사스 타선
경기 개시에 앞서 들린 소식은 텍사스 입장에서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15경기에 출전해 20안타 8홈런 22타점 11득점 타율 0.323 OPS 1.108로 '미친 타격감'을 선보이며 텍사스의 공격을 주도하던 가르시아가 부상으로 월드시리즈 엔트리에서 하차하게 된 까닭. 텍사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면, '가르시아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활약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소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경기였지만, 불이 붙은 텍사스 타선은 거침이 없었다. 동료의 부상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애리조나 마운드에 풀었다. 텍사스의 타선이 불을 뿜기 시작한 것은 2회였다. 텍사스는 선두타자 조쉬 영이 애리조나의 선발로 등판한 조 맨티플라이를 상대로 2루타를 쳐내며 포문을 열었다. 이후 네이트 로우가 삼진, 요나 하임이 땅볼로 물러나면서 무득점에 그치는 듯했으나, 2사 이후 집중력이 폭발했다.
텍사스는 하임의 진루타로 만들어진 2사 3루에서 바뀐 투수 미겔 카스트로의 폭투를 틈타 가볍게 선취점을 손에 넣었다. 이후 레오디 타베라스가 볼넷, 트래비스 얀코스키가 안타를 쳐 1, 2루 찬스를 손에 넣었고, 마커스 세미엔이 모든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2타점 3루타를 작렬시켰다. 그리고 이어지는 찬스에서 코리 시거가 텍사스의 바뀐 투수 카일 넬슨의 2구째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리는 슬라이더를 힘껏 잡아당겨 우중간 투런포를 폭발, 5-0까지 간격을 벌렸다.
이날 승부는 3회에 결정됐다. 텍사스는 3회초 영과 로우가 연속 안타, 하임의 땅볼 타구에 애리조나의 야수 선택과 실책이 발생하면서 만루 찬스를 손에 넣었다. 여기서 텍사스 타선은 다시 애리조나 마운드를 폭격하기 시작했다. 텍사스는 부상으로 빠진 가르시아를 대신해 출전한 얀코스키가 2타점 2루타를 쳐낸데 이어 세미엔이 승기에 쐐기를 박는 스리런포를 작렬시키며 10-0까지 간격을 벌렸다.
이는 기록으로도 연결됐다. 텍사스는 2~3회 2아웃 이후 10점을 뽑아냈는데, 'MLB.com'의 사라 랭스에 따르면 포스트시즌에서 2아웃 이후 10득점을 만들어낸 것은 지난 2020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서 LA 다저스, 2007년 월드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11득점에 이어 역대 3위에 랭크됐다. 그리고 2001년 애리조나, 1968년 디트로이트(이상 12득점)에 이어 역대 월드시리즈에서 3회까지 세 번째로 많은 득점을 만들어낸 팀이 됐다.
# 타선도 마운드도 이긴 텍사스. 선취점=승리 공식은 이어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두 번의 선발로 등판하는 상황에서 단 한 번도 4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던 앤드류 히니.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히니는 1회 시작부터 선두타자 케텔 마르테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경기를 출발했지만, 두 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타선의 든든한 지원 속에 2~3회말 애리조나 타선을 각각 1안타씩으로 봉쇄하며 순항을 이어갔다.
히니의 첫 실점은 4회였다. 히니는 선두타자 가브리엘 모레노에게 볼넷, 후속타자 크리스티안 워커에게 2루타를 내주면서 무사 2, 3루 위기를 맞았다. 이후 토미 팸을 삼진 처리하며 한숨을 돌린 히니는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꿨고, 이어나온 알렉 토마스까지 묶어내면서 최소 실점으로 큰 위기를 극복해냈다.
히니는 5회에도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냈고, 볼넷 한 개를 내줬으나, 아웃카운트 세 개를 모두 땅볼로 만들어내면서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일찍부터 타선이 터지면서 승기를 잡은 텍사스는 '한국계 빅리거' 대인 더닝(1이닝)-코디 브래드포트(1이닝)를 투입해 경기를 매듭지어나갔다.
여기서 텍사스는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았다. 텍사스는 8회초 공격에서 하임이 애리조나의 라인 넬슨을 상대로 솔로포를 터뜨리면서 11-1로 달아났다. 이후 애리조나는 8회말 1사 만루 찬스에서 희생플라이로 한 점, 구리엘 주니어가 3점포를 쏘아올리며 뒤늦게 추격에 나섰다. 그리고 9회말 공격에서 두 점을 더 뽑아내면서 맹렬하게 텍사스를 추격했다. 하지만 큰 격차를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텍사스는 9회 수비에서 실점 없이 경기를 매듭지으며 1961년 구단 창단 이후 무려 62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단 1승만 남겨두게 됐다. 그리고 텍사스는 이날 승리로 '승리 공식'도 이어갔다. 텍사스는 포스트시즌에서 선취점을 뽑은 경기에서 9전 전승을 기록 중이었는데, 이를 10전 전승으로 연결시켰다. 그리고 단일 포스트시즌 원정 10연승으로 메이저리그 '최초'의 기록을 이어가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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