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의 독창성 과소평가 안돼" ... 미 싱크탱크 스탠거론 선임국장 주장

통일부 국제포럼서 밝혀…"제재와 압박 적응 능력도 충분"
"북한, 러시아에 연간 포탄 수백만개 공급 가능"
"100만개 당 3억∼6억달러어치"…통일부 국제포럼서 전문가 주장

지난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난 김정은과 푸틴 [연합뉴스]

"제재와 압박에 적응하는 북한의 능력과 북한 정권의 독창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한미경제연구소(KEI) 트로이 스탠거론 선임국장의 말이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KEI의 트로이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1일 웨스틴조선서울 호텔에서 통일부 주최로 열린 국제포럼에 참석,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와 관련해 북한이 연간 수백만발의 재래식 포탄을 제공할 잠재력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데 부족한 포탄을 연간 800만발로 산정했다. 이가운데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할 가능성이 큰 포탄은 152㎜ 탄이며, 북한은 이를 러시아 내 생산 단가(1발당 약 600달러)의 50∼100% 가격으로 공급할 것으로 내다봤다. 100만발이라면 3억∼6억달러(4100억∼8100억원)에 해당한다.

러시아가 그 대가로 북한에 식량과 에너지뿐 아니라 위성·미사일 기술, 방공망, 핵 추진 잠수함과 같은 첨단 군사기술도 이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가능성을 낮게 봤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러시아가 북한의 제3자 이전을 우려해 첨단 군사기술 제공에는 소극적일 것이라며, '오래된 군사기술의 소규모 이전'을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가 2017년 이래 북한 경제에 큰 타격을 줬으며, 앞으로도 북한이 핵무기 고도화를 추진하면서 경제 발전을 이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는 사전 배포된 토론 원고에서 "핵보유국 지위와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발전을 의미하는 북한의 이른바 '병진'은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이라며 "북한이 핵 고도화를 지속하면 제재가 풀리지 않아 외국 자본과 기술이 들어갈 수 없고 교육수준을 올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연구에 따르면 2017∼2019년 대북 제재로 북한 주민의 가계소득이 25%가량 감소했다.

다만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 등으로 장기간 버틸 수 있으리라는 견해가 많았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군사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안정을 유지하고 중대한 위기를 피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북한이 이러한 정책을 앞으로 수십 년 더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스탠거론 국장도 "우리는 제재와 압박에 적응하는 북한의 능력과 북한 정권의 독창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