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때 번쩍한 별, 우주에 ‘손가락 엑스레이’ 만들었다
X선 통해 관찰했더니 인간 손가락 뼈 모양
자기장 흐름 타고 퍼진 입자 때문에 형성
지구에서 1만6000광년 떨어진 먼 우주에서 사람의 손가락 뼈와 꼭 닮은 성운이 포착됐다. 이 사진은 의료용 장비에서도 활용되는 X선(엑스선)으로 촬영한 것인데, 대폭발을 일으켜 생을 마감한 별의 잔해가 구름처럼 퍼진 모습이다.
31일(현지시간) 미국 과학매체 스페이스닷컴 등에 따르면 미 항공우주국(NASA)과 스탠퍼드대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공동 연구진이 지구에서 1만6000광년 떨어진 ‘MSH 15-52’ 성운에서 나오는 X선을 포착해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이번에 NASA가 공개한 사진 속 성운은 인간의 손가락 뼈를 닮았다. 손가락 5개와 손바닥의 형상이 비교적 뚜렷하다. 병원에서 운영하는 엑스레이 장비로 손을 찍었을 때 나오는 사진 같다. ‘MSH 15-52’ 성운 자체를 X선을 통해 처음 포착한 것은 2001년 찬드라 우주망원경이지만, 손가락 뼈 형상은 이번 촬영에서 더 또렷하게 포착됐다.
이번 사진의 촬영자는 2021년 12월 미국과 이탈리아가 주도해 발사한 ‘IXPE’라는 이름의 우주망원경이다. 지구 상공 600㎞에 떠 있으며, 엑스선만 골라 탐지한다. 가시광선에 특화된 허블우주망원경이나 적외선을 잡아내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는 다른 ‘눈’으로 우주를 본다.
그렇다면 ‘MSH 15-52’ 성운이 손가락 뼈를 닮은, 기괴한 모습을 띤 이유는 뭘까. 바로 사진 속 손목 부위에 있는 밝은 점인 ‘펄서’ 때문이다. 펄서는 빠르게 회전하는 중성자별의 일종이다. 펄서에서는 X선을 형성하는 양성자·전자 같은 ‘하전입자’, 그리고 자기장이 뿜어져 나온다.
하전입자는 자기장의 흐름을 타고 이동한다. 가을철에 생기는 낙엽이 바람을 타고 거리로 흩뿌려지는 것과 비슷하다. 펄서에서 시작한 자기장의 흐름이 일단 손목 쪽으로 향했다가 이내 방향을 틀어 손바닥, 손가락 방향으로 난기류를 일으키며 움직였고, 그 결과 ‘MSH 15-52’ 성운의 독특한 형상이 만들어진 것으로 NASA는 보고 있다.
‘MSH 15-52’ 성운을 만든 별인 펄서의 모습이 지구에서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700년 전쯤이라고 과학계는 분석한다. 당시 한반도는 삼국시대였다. 수억년 단위의 시간 계산이 예사인 우주적인 관점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별인 셈이다.
NASA는 “IXPE에서 얻은 자료를 통해 ‘MSH 15-52’ 성운의 자기장 흐름을 처음 분석할 수 있었다”며 “X선을 통한 관측은 천체에 관한 숨겨진 정보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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